檢 첨단범죄수사 ‘빛좋은 개살구’
입력 2012-06-24 20:37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가 본연의 업무인 기술유출, 사이버범죄 등 첨단범죄 수사에 소홀한 채 음해성 진정이나 고소 등 일반 형사 사건에 치중해 예산과 인력만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등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기술유출 피해 추정금액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13조원에서 95조원으로 엄청나게 규모가 확대되고 건수도 증가했지만 검찰의 기소율은 매년 감소하는 추세라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기술유출 사범에 대한 검찰의 기소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김영종)와 첨단범죄수사2부(부장검사 김봉석)의 수사관 수를 크게 늘렸다. 하지만 인원과 장비가 열악한 경찰청이 지난해 산업기술유출사범 311명(84건)을 검거해 15명을 구속하는 실적을 올린 데 비해 서울중앙지검은 첨단범죄 수사와 관련해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첨단기술 유출 범죄를 수사하게 돼 있는 첨수1부는 최근 연예기획사 대표의 불법 주식거래나 주가조작 사건 등을 수사해 존재 의미를 무색하게 했다. 첨수1부는 지난 21일 국내 대형 연예기획사 IHQ 대표 정훈탁(45)씨에 대해 대주주 보유지분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증권거래법상 공시의무 위반)로 벌금 3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첨수1부는 또 자신이 사들인 주식 종목에 대한 호재성 허위 기사를 작성해 주가를 띄운 다음 주식을 팔아 1억7000여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상 사기적 부정거래)로 전직 인터넷 경제 전문지 기자 이모씨를 최근 구속기소했다. 이 같은 증권거래법 또는 자본시장통합법 위반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에서 수사해야 할 사안이다. 첨수1부는 지난해 말 감경철 CTS 회장에 대한 진정을 토대로 CTS 기독교TV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사이버범죄를 담당하는 첨단범죄수사2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첨수2부는 롯데주류가 생산하는 소주 ‘처음처럼’ 제조에 쓰인 알칼리 환원수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악성 루머를 경쟁 업체들이 영업 현장에서 고의로 유포해 큰 피해를 봤다며 고소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첨수2부는 지난달 24일 하이트진로의 영업점 등 3곳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했다. 첨수2부는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발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사건을 수사했으나 청와대 윗선이나 몸통을 찾아내지 못한 채 깃털에 불과한 비서들이 공모해 저지른 범행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처럼 첨단범죄수사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실적 건수라도 올리기 위해 고소·고발이나 진정 등 단순 사건에 수사력을 소모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세계가 치열한 첨단기술 개발 경쟁으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디도스 공격과 전산망 해킹 등 사이버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면서 첨단범죄로부터 국가의 핵심기술 유출을 막고, 국민의 재산과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대표적인 수사기관이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