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정신건강 증진 대책] 전국민 검진정보 국가가 자료화 사생활 침해 소지 크다
입력 2012-06-24 21:53
보건복지부가 시행하기로 한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은 ‘마음’이라는 예민한 정보를 다룬다는 점에서 잘못 활용됐을 경우 인권 침해의 우려를 안고 있다. 특히 전 국민을 대상으로 검진을 실시해 그 결과를 한데 모아 자료화하는 것은 국가가 개인 정보를 관리한다는 점에서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대책을 설명하면서 검진 결과가 검사 기관과 개인 사이에서만 오가기 때문에 외부 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자신했다. 수집된 자료도 연령대별 특성 등을 조사하기 위한 자료로만 쓸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료 보안 및 확대 활용을 막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없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자칫 개개인의 병력이 외부로 알려지면 차별을 막기 위해 마련한 대책이 거꾸로 사회적 낙인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할 만큼 조기치료나 자살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전 국민의 세대별, 특성별 정신건강 양상을 파악하는 것이 사회적인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상담 및 치료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조기검진이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검사가 지난 4월부터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700만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기로 한 ‘정서행동 특성검사’와 중복된다는 것도 문제다. 특성검사는 학교폭력 예방 대책의 하나로 올해부터 매년 실시되고 있다. 여기에 정신건강검진이 추가되면 같은 방식의 검사를 일년에 두 차례 하는 학생들이 생길 수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
정서행동 특성검사를 치르고 있는 일선 학교에서는 벌써부터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상담교사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 위험 판정을 받은 학생들은 충격에 빠졌고, 학교에서의 낙인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정신 위험 판정을 받은 학생들이 예상보다 많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보완 없이 중복 검사가 실시되면 학생들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