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의회, 대통령 탄핵 파장… 좌파 루고 대통령 성추문·시위대 사망 책임 낙마

입력 2012-06-24 19:10

파라과이에서 의회의 대통령 탄핵으로 정국혼란이 가열되고 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도 파라과이 새 정부 구성을 즉각 비난하고 속속 외교단절에 나서는 등 중남미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의회 표결로 탄핵된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은 가톨릭 사제 출신으로 8개 좌파정당과 사회단체들의 지지를 받아 2008년 대선에서 승리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빈민층과 좌파가 지지한 그의 당선으로 61년간 권력을 독점했던 보수 콜로라도당 정권이 무너졌다.

그러나 드높던 지지율은 잇따른 성 추문으로 하락했다. 콜로라도당이 주도하는 의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탄핵의 직접적 계기는 지난 15일 쿠루과티 지역의 한 농장에서 일어난 경찰·시위대 사망 사건이다. 경찰이 토지 압수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17명이 숨지고 80여명이 다친 것. 상원은 하원의 전날 표결에 이어 루고 대통령의 책임을 물어 22일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대통령 직은 자유당 소속 페데리코 프랑코 부통령이 승계했다.

좌파 정부가 다수인 남미 각국은 탄핵 사태를 강력히 비판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탄핵을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한 것”으로 규정하고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아르헨티나도 파라과이와 국교 단절을 선언하고 대사를 소환했다. 쿠바 정부는 “루고 대통령과 파라과이 국민에 대한 의회 쿠데타”라고 비난했고, 우파가 집권하고 있는 칠레도 탄핵의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했다. 호세 미겔 인술사 미주기구(OAS) 사무총장은 “루고 대통령을 사퇴시킨 절차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도 연일 시위대 수천 명이 운집해 의회를 규탄하는 등 소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비난이 거세지자 신임 프랑코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법률, 인권을 존중할 것”이라며 “나는 합법적으로 (부통령에) 선출됐고 국가는 평온하다”고 밝혔다.

남미 각국은 28∼29일 아르헨티나 멘도사에서 열리는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정상회의에서 파라과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브라질은 파라과이를 메르코수르에서 제명하는 안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코수르에는 남미 12개국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