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수준높은 아시아계 이민자들
입력 2012-06-24 19:09
최근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아시안 아메리칸의 부상(The rise of Asian American)’이라는 보고서가 화제가 되고 있다. 보고서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2010년 기준 미국 이민자 순위에서 아시아계가 43만명(36%)으로 37만명(31%)에 그친 히스패닉계를 앞질렀다는 것. 아시아계 이민이 가장 빨리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가 나온 다음 날 만난 미국인 지인은 이 추세가 놀랍다는 반응이었고,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의 한국계 연구원도 이 보고서가 연구원 내에서 화제라고 전했다.
미국인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아시안 이민의 ‘양’적인 측면보다는 ‘질’적인 측면으로 보인다. 퓨리서치센터는 “아시안 아메리칸들은 가장 고소득의, 가장 높은 교육 수준을 지닌 인종집단이다. 또한 이들은 평균 미국인들보다 가족과 자녀교육, 일, 성공에 더 중점을 두며 자신의 삶과 미국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서도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요약했다.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폴 테일러 부소장은 “아시아 출신 신규 이민자들은 노력파들(strivers)”이라며 “이들에게 주목할 점은 높은 교육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생활고에 찌들어 삶을 도피하기 위해 미국 땅을 밟는 이민자가 아닌 21세기형 고급 이민자들”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시안계 사이의 차이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특히 한인들은 뿌리의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국어 교육의 중요도’를 묻는 질문에 한인 62%가 ‘매우 중요하다’고 응답해 아시아계 중 가장 비율이 높았다. 자신의 정체성을 ‘한국계 미국인’으로 표현한 한인도 74%나 됐다.
하지만 다민족·인종 사회인 미국에서 융화와 조화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단서도 적지 않았다. 한인들은 ‘모두 혹은 대부분의 친구가 한국계’라는 응답이 58%로 아시안계 중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일본계의 경우 21%만이 ‘대부분의 친구가 일본계’라고 응답했다. ‘우리끼리’라는 의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민족집단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문제라고 응답한 비율도 24%로 아시안계 중 가장 높았다. 다른 인종집단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한인들은 흑인과 ‘잘 못 지내거나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응답이 50%나 됐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