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먹은 농어촌공사 해남지사… 이 가뭄에 농업용 저수지 물을 골프장에 판매

입력 2012-06-24 19:01


극심한 가뭄으로 영농에 차질이 빚어지는 가운데 농업용 저수지 물을 골프장에 파는 문제를 둘러싸고 농어촌공사와 농민들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해남지사는 지난 15일 해남군 화원면 신덕저수지의 물을 이 저수지에서 7.5㎞ 떨어진 파인비치골프장에 팔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계약 조건은 앞으로 3년간 하루 2800t씩 연간 56만t을 t당 92.57원에 팔기로 했다. 이 골프장은 3년 전에도 저수지 물을 끌어 쓰다가 농민들의 반대로 중단되기도 했다.

농어촌공사는 저수율이 42∼62% 미만인 경우 이장 대표 등 9명으로 구성된 용수관리위원회의의 동의를 받아야 판매할 수 있지만, 저수율이 62%를 넘을 경우 동의 없이도 판매할 수 있도록 저수지 물을 관리하고 있다. 저수율이 42% 미만이면 절대 팔 수 없다.

해남지사는 신덕저수지의 저수율이 현재 59%여서 지난 21일 용수관리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골프장 측에 물을 팔기로 해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남농민회와 일부 농민들은 골프장에 농업용 물을 판매하는 것 자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농민들은 “이 저수지가 가뭄 대책용으로 축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농민회와 농민들은 “저수지 물이 남아돈다면 모를까 극심한 가뭄으로 농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때에 골프장에 농업용수를 파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대화로 해결이 안 되면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골프장에 물이 가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남군 농민회장 최창탁(49)씨는 “지역경제 발전을 위해 골프장에 농업용수를 공급해야 한다고 하면,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우선 공급하는 것이 지역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며 “관리지역도 아니고 사용 목적에도 어긋난 골프장에 물을 팔아먹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신덕저수지에서 10㎞나 떨어진 몽리지역이 아닌 간척지에 하천을 통해 지난 20일까지 물을 공급한 뒤 중단한 것은 영농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이 저수지 몽리지역은 100% 모내기가 완료됐다”고 해명했다.

해남=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