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ELS 팔고 보자”… 손실 위험 설명 낙제점
입력 2012-06-24 18:49
증권사들이 ELS(주가연계증권)를 판매할 때 투자자에게 최대 손실가능금액 등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ELS는 올해 초부터 발행 규모가 다시 급증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금융서비스개선국은 ELS를 판매하는 13개 증권사, 310개 점포를 ‘미스터리 쇼핑(감독직원이 일반 고객으로 가장한 채 매장에 방문해 직원의 서비스 수준 또는 고객의 입장에서 현장의 서비스 개선점을 평가하기 위한 제도)’ 방법으로 점검한 결과 이러한 관행이 드러났다고 24일 밝혔다.
금감원의 의뢰를 받은 조사기관 직원이 일반 고객으로 가장해 18개 항목을 점검한 결과다. 13개사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76.5점인 ‘보통’ 수준에 머물렀다. 90점 이상의 ‘우수’ 등급은 단 한 곳도 없고 60점 이하의 ‘저조’ 등급으로 분류된 증권사가 2곳이나 있었다.
ELS는 만기를 정해 두고 특정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가 만기까지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약속했던 수익률을 제공하는 파생상품이다. 조건을 충족하면 10∼15%의 고수익을 얻지만, 조건이 맞지 않으면 투자금 전액이 길게는 3년까지 고스란히 ‘묶인 돈’으로 변하기도 한다. 증권사들은 이러한 위험을 안고 있는 ELS를 판매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손해로 작용할 만한 세부사항은 미흡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항목별로 보면 기준평가가격 결정일(53.9점), 시나리오별 투자수익 설명(60.2점) 등의 점수가 낮았다. 만기상환(86.3점)이나 자동 조기상환(80.6점) 등 투자자들이 솔깃할 만한 내용의 점수가 높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인 최대 손실가능금액에 대한 설명은 57.6점에 그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투자자 불만 제기 등 분쟁 발생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ELS 발행 규모는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 감소했지만, 올해 초부터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ELS 발행 금액은 공모와 사모를 합쳐 4조8027억원을 기록, 1월(2조6890억원)보다 78.6% 증가했다. 발행 건수도 같은 기간 71.3% 늘었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의 위험 부담은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31.7%까지 줄어들었던 원금비보장형 ELS의 비율은 지난 3월 84.1%까지 높아졌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원금보장형 ELS가 인기였지만, 올해에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인 원금비보장형 ELS의 비중이 커진 게 눈에 띈다”며 “수익구조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제시된 수익률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미스터리 쇼핑 평가 결과를 증권사들에 통보하고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저조 등급으로 분류된 증권사 2곳에 대해서는 ELS 판매 개선 방안을 제출토록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