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 조선족 130명 신분세탁 후 재입국
입력 2012-06-24 18:53
조선족 이모(53)씨는 2003년 위자료를 받아내려고 남자 2명을 동원, 전 남편을 감금·폭행(특수강도)해 강제 추방됐다.
하지만 이씨는 4년 뒤 재입국해 얼마 전까지 서울 강남의 한 가정에서 버젓이 입주 육아도우미로 생활했고 한국 국적까지 취득했다.
조선족 박모(64)씨는 2004년 3월 직장 동료를 흉기로 찌른 혐의(살인미수)로 구속 기소된 뒤 추방됐지만 1년도 안돼 다시 한국 땅을 밟았다. 박씨는 중국에 있던 가족들까지 불러 국내에서 함께 지냈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숨어 지내다 술집 여종업원을 성폭행해 2003년 추방된 조선족 김모(43)씨 역시 곧바로 재입국해 한국 국적을 얻고 중국 여성까지 초청해 결혼했다.
강제퇴거자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5년간 국내로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중국에서 신분세탁을 한 뒤 국내에서 ‘새 인생’을 살고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부장검사 이흥락)는 국내에서 마약·강간·살인미수 등 강력범죄로 형사처벌을 받거나 불법체류로 적발돼 강제퇴거된 후 신분을 세탁해 재입국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로 이씨 등 조선족 130명을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 중 11명을 구속, 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4명은 지명수배했다.
이들은 중국 공무원 등과 결탁한 브로커를 통해 호구부(중국 주민등록증) 인적사항을 새로 만든 뒤 여권을 발급받는 방법으로 신분을 세탁해 국내로 들어왔다.
신분세탁 비용은 우리 돈 400만∼500만원이면 충분했다. 중국의 경우 호구부 관리가 전산화되지 않아 공무원 등과 모의하면 쉽게 세탁이 가능하다는 점을 노렸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거에는 올 초 전면 도입된 안면인식 시스템이 결정적이었다. 검찰은 2007년 1∼9월 사이 입국해 외국인 등록을 마친 중국인 9만4425명의 사진을 안면인식 시스템에 입력한 뒤 기존 강제퇴거자 사진과 대조해 114명의 신분세탁범을 적발했다. 또 2003∼2011년 사이 강력범죄 등으로 처벌받고 쫓겨난 중국인 800명의 재입국 여부를 점검해 16명을 추가 입건했다. 동일 인물이지만 인적사항이 다른 사람을 골라내는 방식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통해 9만5000여명 중 130명의 신분세탁범을 적발한 비율로 환산해 보면 국내 체류 외국인 140여만명 중 1400명 이상의 신분세탁범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조선족 외 다른 국적의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조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