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2] 절묘한 가짜원톱 천적 옭아매다… 스페인, 프랑스 누르고 4강
입력 2012-06-24 18:58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유로 2012’ C조 예선 1차전 스페인-이탈리아 전. ‘무적함대’ 스페인의 델 보스케 감독은 최전방 전문 스트라이커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른바 ‘제로톱’ 전술을 쓴 것. 스페인은 고전 끝에 1대 1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그러자 ‘유로 2008’에서 스페인을 정상에 올려놓은 루이스 아라고네스 전 감독이 한마디 했다. “나라면 최전방 원톱을 출전시켰을 것이다.”
보스케 감독은 선수들이 ‘제로톱’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예선 2차전 아일랜드전(15일)과 3차전 크로아티아전(19일)에선 주전 골잡이 페르난도 토레스(첼시)를 원톱으로 세웠다. 그러나 24일 새벽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돈바스 아레나에서 열린 프랑스와의 8강전에선 다시 ‘제로톱’을 꺼내들었다. 결과는 2대 0 완승.
‘제로톱’의 위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경기였다. 스페인은 이날 토레스를 선발 출장시키지 않았다. 대신 세스크 파브레가스(FC 바르셀로나)를 최전방에서 약간 처진 스트라이커로 세웠다. 일명 ‘가짜 원톱’인 셈이다. 그리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FC바르셀로나)와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를 좌우에, 그리고 사비 에르난데스(FC바르셀로나)와 사비 알론소(레알 마드리드)를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하는 등 중원을 강화했다. 프랑스도 이에 맞서 미드필더를 5명 배치했다.
예상 밖에 스페인의 선제골은 수비형 미드필더인 알론소의 머리에서 나왔다. 알론소는 전반 19분 호르디 알바(발렌시아 CF)의 왼쪽 크로스를 받아 헤딩슛으로 프랑스 골망을 흔들었다. 알론소의 골로 스페인은 여유를 찾았고, 프랑스는 복병에게 일격을 당한 뒤 경기 내내 끌려다니다 막판 알론소의 페널티킥에 완전히 무너졌다.
스페인은 이번 경기로 참 많은 것을 얻었다. 우선 ‘천적’으로 군림하던 프랑스를 꺾어 가장 기뻤을 것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스페인은 월드컵과 유로에서 프랑스전 1무 5패에 그쳤다. 유로 2008, 2010 남아공월드컵 정상에 올랐던 스페인은 이번 대회마저 제패하면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이 대회 통산 3회 우승은 덤.
스페인의 ‘제로톱’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의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헤수스 나바스(FC 세비야)는 이탈리아전이 끝난 뒤 ‘제로톱’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자 “우리 모두 그 전술을 선택한 것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보스케 감독은 항상 팀이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고, 지금까지 잘해 왔다”고 신뢰를 보냈다.
한편 스페인은 28일 새벽 3시45분 같은 장소에서 포르투갈과 결승행 티켓을 다툰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