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양기호] 중·일 갈등과 일본 원자력

입력 2012-06-24 18:31


2012년은 한국, 일본, 중국이 각각 새로 관계를 정립한 전환점에 해당한다. 우선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이후 국교정상화 20주년이다. 일본은 1972년 중국과 수교하여 금년에 40주년을 맞았다. 중·일 수교 40주년 축하차 일본의 유명 걸그룹 AKB48이 상하이에서 공연을 펼치고, 중국 예술단이 일본을 방문했지만 서로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일·중 관계는 최악이다.

작년 8월 중국이 북한에 탄도미사일 운반과 발사용으로 군용차량을 판매한 것을 놓고 일본 여론은 열 받은 상태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면서 거짓말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나타난 일본의 반중국 감정은 8할대에 달한다.

최악으로 떨어진 일·중관계

일본의 대중국 감정이 악화된 첫째 원인은 영토갈등이다. 일본은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대립하고 있다. 우익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 지사는 개인 소유인 센가쿠 열도 를 일본 정부가 구매하여 국유재산으로등록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 신문은 중·일 수교 40주년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중국 고위 관료들도 센카쿠 문제가 중국의 핵심적 이익임을 숨기지 않고 있다.

주변 환경도 중·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이 대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신국방 전략 중심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전보장회의에서 태평양과 대서양의 해군력 배치를 5대 5에서 2020년까지 6대 4로 바꾼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앞으로 10년간 국방예산을 4870억 달러 삭감해야 하는 미국으로선 결국 동맹국의 무기 구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아시아 지역의 군사비 지출은 빠르게 증가해 왔다. 중국 1780억 달러, 일본 544억 달러, 인도 309억 달러로 아시아는 세계 최대 무기시장이자 분쟁예상 지역이 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대항해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후진타오 주석과 만나 중동과 아프리카, 한반도 문제에서 양국 간 입장이 비슷함을 강조했다. 양국 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면서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을 지지하는 등 공동 보조를 맞추고 있다. 중·러 간 무역량만 830억 달러에 달할 정도이며, 러시아는 시베리아 개발에 중국 자본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 간 연대는 미국이나 일본에 두통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우려되는 日 원자력법 개정

더구나 북한은 일본에 항상적인 위협요소이다. 김정은 체제는 지난 5월 헌법까지 개정해 핵 보유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개정된 일본의 원자력기본법은 원자력이 국가 안전보장에 이바지한다고 버젓이 적고 있다. 필요 시 군사력 전환을 가능케 하는 조항으로 읽힌다. 일본 국회를 통과한 우주항공기구(JAXA)법도 오로지 평화 목적에만 제한한다는 조항을 삭제했다. 비군사 용도를 원칙으로 했던 일본의 우주활동이 정보 수집이나 군사용으로 바뀐 것을 의미한다.

6월 16일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올스톱했던 원자력 발전 재개를 결정했다. 환동해권에 있는 후쿠이현 오이(大飯)원자로가 7월 상순 재개되면 54기 모두 재가동 된다. 원자로 가동은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 생산에 필수적이다. 일본은 이미 핵연료 재처리 시설에다 플루토늄 45t도 가지고 있다. 3만개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자민당이나 민주당 할 것 없이 원자력 발전에 집착하는 일본 정부를 보면서 원자력 발전이 군사적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