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신고 무시, 아직 정신 못차린 112… ‘오원춘 사건’ 관할 수원중부경찰서
입력 2012-06-22 22:08
조선족 오원춘에 의한 수원 20대 여성 납치살해사건과 관련해 피해여성의 신고전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물의를 빚었던 수원중부경찰서가 또 가정폭력 신고 전화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피해를 키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오원춘 사건’ 이후 112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고 공언한 경찰은 여전히 초보적인 실수를 되풀이했다.
22일 수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7일 0시쯤 수원시 지동에 사는 A씨(31)가 집에 늦게 들어왔다는 이유로 동거남 최모(34·무직)씨로부터 주먹과 발로 온몸을 폭행당했다. A씨는 최씨 몰래 이날 0시34분 경기지방경찰청 112종합상황실로 전화를 해 “(번지수를 대며) 아침부터 맞았는데요. 빨리 좀 와주세요”라며 22초간 도움을 요청했다. A씨 집은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지점에서 불과 700m 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관할인 중부서로 112순찰차 출동 지령을 내렸고, 중부서는 소속 동부파출소에 출동을 명령했다. 그러나 동부파출소는 순찰차 2대가 모두 다른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이미 출동한 상태여서 중부서는 인근 행궁파출소에 대신 출동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행궁파출소 112순찰차 근무자들은 정확한 사건 내용과 위치 등을 파악한다며 신고가 접수된 A씨의 집에 전화를 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경찰의 전화를 가해자 최씨가 받았고 그는 “신고한 사실이 없다”고 발뺌했다. 그러자 경찰은 오인 신고로 판단해 출동조차 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했다. 경찰의 전화를 받고 신고한 사실을 알게 된 최씨는 이후 A씨를 마구 폭행했고 A씨는 갈비뼈 2개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채 집안에 방치됐었다.
경찰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안 A씨 어머니가 21일 오후 1시15분쯤 “딸이 112신고를 했는데 경찰관이 출동하지 않아 폭행당했다”고 재신고 한 이후에야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최씨를 체포하고 A씨를 병원으로 후송했다. A씨가 신고한 지 나흘이 지나서였다.
A씨는 경찰에서 “(동거남이) 경찰의 전화 이후 ‘오원춘에게 당한 여자처럼 해주겠다’면서 더 때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씨를 감금 및 폭행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며 최씨의 말만 믿고 현장에 출동하지 않은 행궁파출소 담당 경찰관들을 상대로 감찰조사를 벌이고 있다.
수원=김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