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정 테러단체 소속 이집트인, 버젓이 워싱턴 방문… 보안 구멍

입력 2012-06-22 19:14

미국이 지정한 테러단체 출신 인사가 합법적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 일간지 더데일리비스트는 이집트 의회 대표단의 일원으로 이번주 미국을 방문한 하니 누어 엘딘(44)이 이집트의 이슬람 무장단체인 가마 이슬라미야의 일원이라고 21일 보도했다.

가마 이슬라미야는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이슬람 무장단체 중 하나.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치하에서 활동이 금지됐으나, 정권교체 후 합법적인 이슬람 정당으로 인정받았다. 엘딘은 이 정당의 대표자 자격으로 미 행정부와의 교류를 위해 워싱턴DC를 방문한 것. 엘딘 역시 테러 혐의에 연루돼 복역한 전과가 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데니스 맥도너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부보좌관에게 테러범 오마르 압델 라흐만을 이집트로 송환할 것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라흐만은 1993년 일어난 세계무역센터 테러를 주도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미국 감옥에 갇혀 있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다. 맥도너 부보좌관은 엘딘의 제안을 ‘라흐만에 대한 권한은 사법부에 있다’며 거절했다.

엘딘은 더데일리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가마 이슬라미야 멤버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적법한 정당 대표의 일원으로 정당하게 비자를 발급받았다”며 “(나는) 어떤 폭력이나 테러에도 연관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집트 대표단 중에 가마 이슬라미야 멤버가 있다는 정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집트인 새뮤얼 테드로스는 “국무부가 5초만 들여 엘딘의 이름을 검색했으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