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끝내야 할 때”… ‘격투기 황제’ 표도르 은퇴 선언

입력 2012-06-22 19:08

‘60억분의 1’ ‘얼음주먹’ 등의 예명을 가지며 격투기 황제로 군림하던 예멜리야넨코 표도르(35·러시아)가 은퇴한다.

표도르는 22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M-1 챌린지 대회에서 페드로 히조(37·브라질)를 KO로 꺾은 뒤 은퇴를 선언했다. 그동안 은퇴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던 표도르는 경기 후 “이제 끝내야 할 때”라며 “나의 결정에 가족이 영향을 미쳤다. 딸이 나와 떨어져 자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경기장에 참석해 “그가 있었기에 러시아에서 종합격투기가 인기를 끌 수 있었다. 그에게 감사하다”며 황제의 떠나는 길을 아쉬워했다.

표도르가 은퇴를 결심한 또 다른 이유는 세계 최대의 종합격투기 무대인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와의 마찰 때문이다. 표도르는 최근 10년 가까이 정상 자리를 유지하며 종합격투기의 한 시대를 풍미한 아이콘이자 대명사이다. 헤비급에서 27연승을 달리던 종합격투기의 황제였다. 그러나 일본 프라이드에서 미국 스트라이크포스에 진출한 뒤 참담한 실패를 맛봤고, 이 때문에 최근 프라이드나 스트라이크포스보다 한 단계 높은 UFC행이 거절됐다. UFC에서 활동하지 않는 이상 표도르는 신예들이나 전성기가 지난 파이터들과 상대할 수밖에 없다. 표도르는 “파이터 생활을 계속해 나갈 그 어떤 환상적인 제안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