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어쩔수 없었다” 무리수 알면서 기소 자인… 국민일보 신문발전기금 수사 짜맞추기 흔적들

입력 2012-06-22 19:08

“이것저것 고려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검찰 관계자는 22일 신문발전위원회(신발위)의 신문 편집·제작 시스템 개선 지원 사업비를 국민일보가 편취한 것으로 보고 당시 대표이사였던 조민제 현 회장을 기소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검찰 스스로도 무리한 기소임을 자인한 셈이다.

검찰은 당초 조 회장이 사적으로 빼돌린 혐의(횡령 등)로 몰아가려다 여의치 않자 신발위를 기망한 것처럼 몰았다. 국민일보 기자들이 4년째 원스톱 취재·편집·교열·화상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어 엄연히 실체가 존재하는데도 국민일보의 이유 있는 항변을 무시하고 기소한 것이다.

첨단기술 유출 범죄를 전문으로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김영종)가 첨단기술과는 거리가 먼 악의적 진정 사건을 맡은 것부터 짜맞추기 수사는 예고된 것이었다. 국민일보의 신문발전기금 사용 문제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최고경영자 퇴진 운동을 벌이다 지난해 10월 해고된 조상운 전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이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촉발됐다. 진정서에는 업무 지시 불이행으로 해고 등을 당해 회사에 앙심을 품은 박승동 전 비서실장, 이재만 전 경영전략실장 등 과거 신문발전기금건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던 전직 간부들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악의적으로 왜곡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찰이 진정 사건을 처리하는 것은 본연의 임무다. 하지만 고소·고발 사건을 다루는 형사부나 조사부가 아닌 첨단범죄수사부가 진정 사건을 떠맡은 것은 이례적이다. 언론사 회장에 대한 진정이니 첨단범죄 수사라는 본연의 임무를 망각한 것 같다. 사회적 저명 인사를 옭아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첨단기술이 아니면 어떠냐는 한탕주의 유혹에 끌렸을 수도 있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변호사는 “일방의 음해성 진정 사건을 첨단기술 유출 범죄 수사라는 특수목적으로 신설된 첨단범죄수사부에서 9개월 동안 수사한 것은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라면 검찰권 남용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배경 탓에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도 번번이 무리수를 시도했다. 조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디지웨이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다음날 수억원의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횡령)라고 국민일보와 경쟁관계에 있는 특정 언론에 흘렸다. 이는 진정 사건과는 별도의 것이지만 뭉칫돈이 오갔는데 압수수색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검찰 수사 관계자는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소명자료 제출을 요구해 확인만 했어도 정상거래임을 알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압수수색권을 발동하고도 횡령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이미 2년간 조 회장의 자금 거래를 추적해온 검찰이 뒤늦게 새로운 뭉칫돈을 발견한 양 또다시 압수수색하고 언론플레이까지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또 검찰은 참고인으로 소환한 실무자로부터 사전에 모의했다는 답변(허위진술)을 얻어내기 위해 동일한 질문을 수시간 동안 반복해 자백을 유도·강요하는 ‘정신적 고문’을 가했다. 2008년 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을 당시 주도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던 이 전 실장 등의 지시를 받아 단순히 업무를 처리한 실무자까지 기소해 법적 책임을 지우려는 것은 허위진술을 받아내지 못한 데 대한 감정적 검찰권 행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다툼이 있는 진정 사건의 경우 음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에 검찰이 균형감각을 갖고 처리해야지 일방의 주장에 경도되면 오판을 낳을 위험이 있다”며 “검찰이 기소하기에는 창피한 사건 같다”고 꼬집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