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경선 룰 전면전] 움직이는 박근혜 ‘非朴 압박’ 비껴가기 민생 행보
입력 2012-06-22 18:56
새누리당의 대선 경선 가도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비박(非朴·비박근혜) 주자 3인방인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는 22일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히며 배수진을 쳤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다”며 말을 아꼈지만 친박계 내부에서는 더 이상 비박주자들에게 끌려갈 수 없다는 기류가 강하다. 황우여 대표도 오전 새누리포럼에서 오픈프라이머리 추진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픈프라이머리가 물 건너가는 것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경선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된 것이다. 안팎에서 “당이 이래서 뭐가 되겠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박 전 위원장은 물론 비박 주자들의 결단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장애인 복지관을 찾아 점심 배식 봉사활동을 했다. 대선 후보 경선 룰과 관련해 갈수록 세지는 비박 진영의 압박을 비껴가며 자신만의 민생 행보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 전 위원장이 봉사활동에 나선 서울 상계동 서울시립북부장애인종합복지관 지하식당은 음식을 기다리며 줄을 선 장애인들과 배식에 나선 국회의원들로 붐볐다. 민생탐방에 나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 모임 ‘약속 지킴이 25인’이 마련했다.
박 전 위원장은 장애인들에게 차례로 밥을 퍼주고, 양손에 비닐장갑을 낀 채 삼계탕의 닭뼈를 일일이 발라주며 대화를 나눴다. 한 여학생의 식판에 뼈를 발라낸 닭고기를 놓아줄 때는 “제가 입에 넣어드려도 되는데 너무 뜨거워 데실까봐 발라놓기만 하는 거예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공식 대선 출마 선언에 대해선 여전히 말을 아꼈다. 그는 봉사활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인 출마 시기를 묻자 “조만간 알려드리겠다”고 짧게 답했다.
또 “김문수 경기지사가 경선 룰이 바뀌지 않으면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지도부에서 의견 수렴도 하고 있고 지켜보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친박근혜계에서는 ‘이제 경선 협상은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잡혀가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대선을 목전에 두고 제기된 완전국민경선제는 실현이 불가능하다”며 “역선택, 조직 동원 등 부작용이 많다”고 지적했다. 비박 주자들이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면 박 전 위원장 혼자라도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친박계 핵심 관계자는 “완전국민경선제가 아니면 안 하겠다고 하니 (경선을) 하지 말라고 해야지”라며 “협상을 하려면 1안, 2안을 들고 나와야 하는데 김 지사 쪽에서 외통수로 나와 대화가 안 된다”고 공격했다. 황우여 대표도 경선 룰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을 겨냥해 “엉뚱한 데 시간을 쏟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박 전 위원장은 당원명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저도 참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유출 경위가 어떻게 된건지 자세히 밝혀야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MBC 파업 사태에 대해 “이번 파업이 이렇게 징계 사태로까지 간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노사가 대화로 슬기롭게 잘 풀었으면 좋겠다”며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