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디플레 공포] 외국인, 선물시장서 2조어치 내다팔아

입력 2012-06-22 18:55


외국인 투자자가 현·선물을 한꺼번에 팔아 치우면서 코스피지수가 폭락했다. 특히 선물시장에서는 역대 2번째 규모의 매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 동향을 바탕으로 주가지수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2% 이상 하락하며 1850선 아래로 추락했다. 글로벌 실물경기 둔화 우려에 따라 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만 2409억원어치를 내던지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대부분의 업종이 하락한 가운데 ‘대장주’ 삼성전자마저 118만2000원을 기록, 18일 만에 120만원대가 깨졌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선물시장에서 더욱 뚜렷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향후에도 코스피지수가 단기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의미다.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200선물 시장에서 1만6074계약, 금액으로는 무려 2조646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2010년 1월 22일(2조2965억원) 이후 역대 2번째로 큰 매도 규모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선물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세를 보인 이유를 현재 보유한 주식에 대한 위험 관리(헤지)로 꼽았다. 위험 상황을 대비한 유동성 확보 차원이지 우리 증시 전망을 어둡게 보고 손을 털고 떠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문용운 거래소 주식파생운영팀장은 “(매도세에 대해)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글로벌 리스크 관리의 차원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미국·중국·유럽연합(EU) 등 주요 3개국(G3)의 경제지표가 악화되자 유동성이 큰 한국 증시에서부터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기 시작했다는 해석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도 “무디스의 글로벌 IB(대형 투자은행) 신용등급 하향 조치에 각 은행들은 담보가치를 높여야 했다”며 “현물보다는 선물을 줄이는 방향을 선택, 이익을 실현하고 글로벌 증시의 악영향에 대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례적인 매도세를 단순한 헤지 의도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외국인들이 선물시장에서 대규모로 매도세를 보인 뒤에는 국내 증시가 하락 폭을 키우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에게 보수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오늘의 매도세는 외국인이 향후 한국 시장에서 투자 비중을 축소한다는 암시”라며 “유로존 재정위기에 대한 획기적인 정책적 호조가 조만간 나타나지 않는 한 투자자들은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교보증권 김지혜 연구원은 “향후 변동성이 확대될 신호로 보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당분간 관망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