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디플레 공포] 원화 맷집 세졌다… 외환보유액 확충 등 영향
입력 2012-06-22 18:55
원화의 체력이 세졌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어지간한 대외변수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사뭇 대조적이다.
22일 한국은행·외환시장 등에 따르면 원화가치는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미국 달러화 대비 2.48% 절상됐다. 원화가치가 오르면 환율은 그만큼 떨어진다.
아시아 각국의 통화절상률은 필리핀 페소가 2.50%로 원화와 비슷할 뿐 나머지 통화는 절상률이 크게 떨어진다. 싱가포르 달러화는 0.85%, 태국 바트화는 0.28%, 중국 위안화는 0.06%에 그쳤다. 말레이시아 링깃화와 대만 달러화는 소폭 절하됐다.
겉보기에 원화 강세는 지난달 원화가치가 4.07% 절하된 데 따른 기저효과 측면이 크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링깃화, 싱가포르 달러화는 지난달 각각 5.24%, 4.39% 절하됐는데도 아직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외환시장에서는 원화의 맷집이 좋아졌다고 평가한다. 가장 직접적 원인은 정부의 자본시장 규제(선물환 한도 규제, 외환건전성부담금 도입, 외국인 채권 과세 부활), 외환보유액 확충, 중국·일본과 통화 스와프 확대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안전장치가 강화되면서 외환시장의 변동 폭이 줄어든 것이다. 전문가들은 양호한 재정여건, 외환 당국의 치밀한 대응도 외환시장 안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환율이 완만하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우리 경제의 강화된 체력 영향으로 환율은 하락세를 탈 것”이라며 “유로존 불안 지속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속에서 하반기 환율은 완만한 하향 안정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완전히 ‘외풍’을 벗어나긴 어렵다. 우리 경제는 수출입 비중이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라는 특성 상 수시로 외국인 투자자금, 수출입 달러 자금이 들고 나면서 외환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이 왔을 때를 대비해 외화예금 확대 등 제2, 제3의 방어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