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2] 나홀로 축구 호날두… 오늘은 藥 내일은?
입력 2012-06-22 18:44
호날두를 위한, 호날두에 의한, 호날두의 경기였다.
22일(한국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2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포르투갈과 체코의 8강전. 포르투갈의 간판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7)는 후반 34분 주앙 무티뉴의 크로스를 그림 같은 다이빙 헤딩 결승골(포르투갈 1대 0 승리)로 연결시켜 팀을 4강에 올려놓았다. 메이저대회 징크스를 말끔히 털어 버린 한 방이었다.
큰 대회 울렁증에 시달리던 호날두는 이번 대회엔 특효약이라도 먹고 나온 것 같다. 18일 네덜란드와의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혼자 두 골을 몰아친 호날두는 8강전에서도 맹활약하며 팀을 준결승전에 올려놓았다. 이번 대회에서 3골을 터뜨린 호날두는 독일의 마리오 고메즈와 나란히 득점 공동 선두에 올랐다.
이날 호날두는 시종 그라운드를 맘껏 휘젓고 다녔고, 패스와 크로스는 그에게 집중됐다. 관중은 그의 ‘원맨쇼’에 열광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원맨쇼’다. 호날두는 왼쪽 윙포워드로 기용됐지만 프리롤(Free role)처럼 움직였다. 동선이 최전방 스트라이크와 겹치다 보니 원톱의 역할이 애매모호해져 버렸다. 그렇다고 호날두의 동선을 제한할 수도 없다. 그의 개인기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경기에서도 호날두가 빠진 공격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경기 후 ‘맨 오브 더 매치’ 트로피를 받은 호날두는 주최 측에서 수상 소감을 묻자 “모든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이룬 승리”라고 대답하자 주위 사람들은 수긍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포르투갈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 문제를 애써 감추려는 모습이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호날두의 정확한 포지션을 묻는 질문에 “호날두도 미리 정해진 전술대로 움직일 뿐”이라고 얼버무렸다.
호날두가 최전방 공격수로 뛰면 미드필드진에 수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강팀을 만날 경우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포르투갈은 28일 새벽 스페인-프랑스전 승자와 결승 진출을 다퉈야 한다. 준결승에서 벤투 감독이 호날두를 어떻게 쓸지 궁금하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