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천의 33나라 지구별 비전트립] (38) 중앙아 키르기스스탄 ①-탈라스편

입력 2012-06-22 18:00


복음을 들고 키르기스산을 넘는 발이 아름답도다

복음 들고 고산준령 실크로드 넘는 발길에 축복을…

삶속으로
미신적 이슬람 영향력에 기독교 정체… 하지만 선교사역에 은혜의 손길

키르기스스탄은 뚜렷한 4계절을 가지고 있고 에메랄드 빛 호수와 만년설의 산이 오묘하게 어우러져 중앙아시아의 알프스로 불린다. 말을 타는 유목민인 그들의 땅은 한때 실크로드가 있었던 곳이다. 형식적인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샤머니즘과 이슬람이 혼합된 미신적인 무슬림의 영향력이 커서 현지 그리스도인은 2만여명에 불과하며 그 수가 10년 동안 정체되어 있다. 특히 그들은 국민영웅 마나스 장군을 건국신화의 주역으로서 신격화하여 민족의식을 고취시킨다. 마나스 장군의 일대기를 노래한 마나스 서사시를 전통악기로 연주하며 읊어대는 사람들을 ‘마나스치’라고 하는데, 그들은 죽은 마나스의 영혼을 불러내 영적 황홀경에 빠지기도 한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사역하는 Y선교사님은 가족과 함께 마나스의 고향 탈라스에 동료 선교사님의 초청을 받아 여행을 갔다. 이곳에 가려면 해발 3000m 이상의 고지에 눈이 쌓인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가야 했기에 무척 위험했다. Y선교사님은 안전문제로 처음에는 가는 것을 고심했다. 하지만 꼭 방문해 보고 싶은 곳이었기 때문에 가기로 결정했다. 선교사님은 떠나기 며칠 전 큰 자동차사고를 당하는 꿈을 꾸었는데 특히 어린 세 자녀들이 크게 다치는 장면에 깜짝 놀라 깨어났다. 이 꿈이 무엇을 의미할까 불안해하며 여행에서 자녀들의 안전을 위해 새벽에 간절히 기도했다. 며칠간 계속해서 성령께서 새벽 중간에 잠을 깨워 방언으로 강력히 기도하게 했다. 다행히 우려 속에 출발했으나 목적지 탈라스에 별 탈 없이 도착했다.

탈라스는 주후 751년 아랍군대와 당나라 군대의 동서양 최초의 전투가 일어난 역사적 장소이며, 키르기스의 민족영웅인 마나스 장군의 고향이기에 키르기스인들이 상당히 신성하게 여기는 곳이다. 그들의 민족혼을 고취시키기 위해 마나스 공원을 조성하고 해마다 ‘마나스치’를 뽑는 대회를 개최한다. 그렇기 때문에 악한 영의 세력이 강한 곳이다.

Y선교사님과 가족들은 그곳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님들과 함께 교제하면서 현지인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애환을 들었다. 그리고 현지인 가정을 방문해 선물도 나누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 남았다.

수도 비쉬켁으로 돌아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고 긴장된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모든 험한 길을 다 통과하고 나서 안도의 숨을 내쉴 때 직선도로로 접어들었다. 앞서 천천히 가는 낡은 구소련식 트럭을 추월하기 위해 갓길로 접어든 순간 운전대가 말을 듣지 않았다. 오른쪽 앞바퀴가 날카로운 자갈에 의해 찢어지고 뒷바퀴가 튕겨져 나간 것이다. 균형을 잃은 자동차는 순식간에 옆의 도랑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선교사님은 그 순간 운전대를 굳게 잡으면서 차가 옆으로 굴러가는 것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옆으로 구르며 뒤집혔던 자동차가 다시 ‘쿵’하고 바로 섰다. 순간 뒷자리에 자고 있던 세 아이들의 놀란 울음소리가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즉시 차문을 열고 아이들을 꺼냈다. 자동차는 그야말로 폐차직전까지 갈 정도로 심하게 훼손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렇게 심한 사고가 났음에도 세 자녀가 놀라기만 했을 뿐 피한방울 나는 부상없이 모두 무사했다. 기적이었다.

사고 처리 후 새벽 1시에 집에 돌아 온 선교사님은 먼저 돌아와 자고 있는 아이들과 기다리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고 눈물겹도록 고맙고 감사했다. 사도행전을 묵상하는데 이 사고에 대해 하나님께서 말씀을 주셨다. “하지만 여러분, 이제 제가 권합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이 배만 잃을 뿐 여러분 중에는 한 사람도 목숨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행 27:22) 말씀처럼 한 사람의 목숨도 잃지 않았을 뿐더러 부상도 입지 않았다는 사실에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와 찬양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아직 이 땅에서 해야 될 일들이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을 보호해 주셨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두번째로 주신 인생이기에 늘 감사하면서 모든 것을 드려 주님을 섬기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저는 다시 한번 주님 주신 사명을 생각하게 됐고 이 땅을 더욱 품게 되었습니다.” Y선교사님의 말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 선교사님과 비전트립 여행자들이 복음을 들고 험한 산을 넘고 깊은 바다를 건너는 믿음의 모험과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때론 종교적 핍박과 자연재해, 불안한 현지 정치 상황이나 안전사고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힘든 상황가운데도 그들은 주님이 주신 사명을 붙잡고 가는 것이다. 이제 곧 여름아웃리치 및 비전트립 시즌이 다가온다. 온 열방 가운데 복음을 들고 전진하는 이들의 발길에 주님의 보호하심과 축복이 있도록 우리가 함께 기도로 동역하며 그 산들을 함께 넘자!

■ 말씀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 이제는 안심하라 너희중 아무도 생명에는 아무런 손상이 없겠고 오직 배뿐이니라(사도행전 27:22)

■ 기도제목

-하나님과의 친밀함을 위해-성령의 충만함

-선교사님의 가정을 위해 (건강, 믿음, 지혜)

-이슬람과 토착종교의 영으로 고통받는 키르기스 지역에 진리의 자유가 선포되도록

-전세계에 복음과 사랑을 전하기 위한 여정 가운데 있는 선교사님과 비전트립 여행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 이준천 작가

대학과 대학원 시절 예수전도단에서 훈련을 받은 후 직장생활을 하다 비전트립을 시작했다. 1년 4개월 동안 33개 국가 150개 지역을 선교여행했다. 현재 작은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다. 강동온누리교회의 청소년부와 예배팀, 아프리카 선교팀을 섬기고 있다. 홍익대학교 대학원 시각디자인과 졸업.www.alltheheaven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