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조용래] 노인과 佳人

입력 2012-06-22 18:03

‘지공선사’들께 여쭸다. “노인은 몇 살부터라고 보시나요?”

지공선사는 만 65세 이상으로 ‘지하철이 공짜인 분’을 예우(?) 차원에서 부르는 애칭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해 지공선사 1만154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70세 이상’이라는 응답이 83.7%란다. ‘60∼64세’라는 응답은 3.4%에 불과했고 ‘65∼69세’는 12.9%였다.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다만 현재 노인 기준연령 65세를 70세로 올리는 데는 여러 가지 문제가 따른다. 당장 지공선사들의 반발도 그렇지만 기초노령연금 등 각종 혜택에서 누락될 사람이 181만명이나 된다.

그렇다고 해도 노인 기준연령 상향조정은 세계적인 추세다.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고령인구가 늘어나면서 연금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정년 연장, 연금지급 개시연령 상향조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

그런가하면 얼마 전 서울시는 서울시민 중 지공선사가 100만명이 넘었고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자며 대체 명칭을 공모한다고 밝혔다. 노인에 대한 편견은 노인네, 늙은이 등 기존의 폄하 명칭뿐 아니라 사회적 피부양자로서 부담만을 지우는 존재라는 인식이 은연중에 작동하면서 비롯된다.

일본에서도 노인, 고령자 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감안해 ‘신노인(New Elder Citizen)’, ‘조진(丈人·장인)’ 등으로 바꿔 부르자는 주장이 있다. 어른 ‘장(丈)’자를 쓰는 게 재미있다. 우리말로는 아내의 아버지를 장인으로 부르니 조금 어색하긴 하다.

일본의 중국연구자 호리우치 마사노리는 저서 ‘일본형 고령사회’(2010)에서 ‘조진’을 ‘은퇴 이후라도 스스로 정한 어떤 목표를 위해 열심을 다하는 건장(健丈)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조진이 살아오면서 축적한 지혜와 지식, 기술, 능력을 계속해서 발전·성숙·심화시키는 생명력을 ‘조진의 힘(丈人力)’으로 부르자고 제안한다.

우리는 ‘가인(佳人·加人)’이라고 하면 어떨까. 아름다울 ‘가(佳)’를 써서 원숙미를 칭송할 수 있겠고, 더할 ‘가(加)’를 붙여 나이를 더해온 사람이라는 뜻으로 풀어도 좋겠다. 그런데 호칭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이 듦’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관심이 아닐까.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