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멋대로 잣대 휘두르는 검찰
입력 2012-06-22 18:04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멋대로 잣대’가 점입가경이다. 검사의 기소, 불기소의 재량을 인정하는 기소 편의주의는 개인이 처한 환경, 범행동기 등을 고려해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검사의 독선과 정치적 압력에 취약하다. 이 단점은 검사 개인과 검찰의 조직적 노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검찰은 단점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는커녕 소영웅주의에 빠져 있거나 외부의 압력에 스스로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민간인 사찰의혹을 재수사하면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조사조차 하지 않고 무혐의 처분했다. 검사의 인사권을 쥔 법무부 장관을 시시비비조차 따져보지 않았다는 비난은 무시했다.
내곡동 사저 의혹 사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의 서면조사서만 읽어보고 기소하지 않았다. 민주통합당은 시형씨를 다시 고발했지만 대통령의 대학후배인 한상대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이 다시 수사에 나설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한 총장이 취임 전부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눈치를 보며 수사를 서둘러 마치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무리한 기소다.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 혐의로 기소된 12개 증권사 대표는 법원에서 전원 무죄가 선고됐다. 법리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검찰에 대한 비난이 컸지만 검찰은 오히려 법원을 탓하는 오만함을 보였다. 민주통합당 예비경선 과정에서의 금품수수 의혹 수사에서는 돈 봉투와 초청장을 구별하지 못해 수사의 기본을 갖추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검찰이 국민일보 조민제 회장을 사기혐의로 기소한 것도 대표적인 기소권 남용으로 기록될 것이다. 당초 거액을 횡령했다는 음해로 시작된 수사에서 혐의사실을 발견하지 못하자 엉뚱한 사건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여론몰이를 위해 수사내용을 외부에 흘렸으니 수사가 잘못됐음을 스스로 인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엄정한 정치적 중립, 권력행사의 신중함은 법이 검찰에 부여한 의무다. 이 의무를 방기하면 국가가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