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제주시 구좌읍 기술자원봉사대] 절망 걷어내고 희망의 보금자리 만든다

입력 2012-06-22 18:21


“창고에 기적이 일어났어요.”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에 사는 한철수(가명·17)군 3남매는 22일 자신들이 기거하던 창고가 한 달 전 아늑한 집으로 변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면서 당시의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들 남매는 부모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시자 삼촌집의 창고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삼촌 역시 넉넉지 않아 아이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줄 형편이 못 됐다.

3남매는 창고에서 잠자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꿈도 꾸지 못했다. 그저 비바람만 피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구좌읍 기술자원봉사대가 이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창고를 집으로 개조하는 봉사에 나서면서 3남매의 꿈은 현실이 됐다. 봉사대는 지난달 25일 창고를 수리해 방을 만들고, 수세식 화장실도 설치했다. 싱크대도 마련해 요리를 해 먹을 수 있게 했다. 창고 안은 깨끗하게 도배까지 마쳐 새집으로 탈바꿈했다.

한군은 “자원봉사대 아저씨들이 오셔서 하루 일하니까 새집이 생겼다”며 “열심히 공부해서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구좌읍 기술자원봉사대는 13년째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봉사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한군 남매와 같은 소년소녀가장들이 혜택을 많이 받고 있다.

18명으로 구성된 봉사대는 ‘척척박사 봉사대’로 불린다. 대원들은 조립·설비·도배·페인트·전기·목공·토목·배관·미장·가스·싱크대 등 집 짓는 데 필요한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 봉사대는 1999년 건축 관련 기술자 12명이 모여 “어려운 이웃을 위해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하면서 결성됐다. 소년소녀가장을 비롯해 홀로 사는 노인, 장애인 등 형편이 어려워 낡은 주택을 수리하지 못하는 이웃을 찾아 나섰다.

보일러를 설치해주고, 비 새는 슬레이트 지붕을 수리해 페인트도 새로 칠했다. 재래식 화장실은 수세식으로 바꿔주고 샤워기도 달았다. 석유곤로가 차지하던 부엌에는 번듯한 싱크대가 놓였다. 봉사대가 지금까지 수리한 집은 500여채. 봉사대원도 18명으로 늘었다. 취지를 공감하는 기술자들이 재능기부를 하겠다며 합류한 것이다.

봉사대원들은 모두 개인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어 봉사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공동작업 일정이 잡히면 자신의 일을 제쳐놓고 힘을 합친다.

초대 봉사대장을 맡았던 이동주(65)씨는 “재료까지 부담하면서 헌 집이나 창고를 수리하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도움을 받은 소년소녀가장들이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다”고 말했다. 홍경수(53) 봉사대장은 “50대 초반에 시작해 환갑을 넘은 봉사대원도 있다”며 “작업을 할 수 있는 동안 봉사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모두가 열심이다”고 덧붙였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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