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힘모아 집·화장실 수리, 도배, 전기공사… 리모델링 부산 엄궁동 확 달라졌다

입력 2012-06-21 20:59


‘…너도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1970년대 전국에서 울려 퍼진 새마을운동 노래 가사의 일부다. 새마을운동을 방불케 하는 활동이 부산 도심에서 펼쳐지고 있다. 부산시 사상구 엄궁동 주민들의 ‘희망디딤돌 사업’이 그것이다.

낙동강 하구 을숙도에 못 미쳐 엄궁농산물도매시장에서 왼쪽으로 접어들면 해발 496m의 승학산이 솟아 있다. 큰 도로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산자락 가까이 가면 낡은 100여채의 집들이 나온다. 이 마을은 엄궁동 ‘3통’ ‘4통’으로 통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쪽방촌’ ‘영세섬’ 등으로 불린다. 60·70년대 도시화 과정에서 밀려난 영세민들이 몰려들면서 조성된 무허가 마을이다. 땅, 집, 건물 주인이 각각이어서 주민들은 수십년째 가옥 개·보수를 하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인근 주민들이 지난해 11월 ‘엄궁동 희망디딤돌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김동일 동산약국대표)를 구성하고 ‘도심 빈곤퇴치’에 나섰다. 주민들은 각자의 주머니를 털어 2000여만원의 사업자금을 만들었다. 초기 13명이 동참했으나 소식을 접한 주민 60여명이 자원봉사를 자청하며 합류했다. 집수리·도배장판·화장실 수리·전기공사 등 4개 봉사대가 마을 리모델링 활동을 시작했다.

봉사대는 마을 앞 학장천변 400여m에 흩어져 있던 잡목과 폐자재, 쓰레기 등 30여t을 수거하고 철쭉 등 꽃나무 2000여 그루를 심어 꽃동산을 만들었다. 마을 입구 모습이 확 달라졌다.

백효순(81) 할머니는 21일 “사회가 우리를 버린 줄 알고 살아왔는데 이렇게 아름답게 마을을 바꿔주니 너무 감사하다”며 “주민들 모두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이웃사랑 봉사정신이 알려지자 부산시와 사상구도 2억8000여만원을 지원해 하수관 정리와 가로등 설치 등을 도왔다. 지난해에는 김황식 국무총리가 직접 현장을 찾아 격려했다.

김동일 위원장은 “사업을 사상구 전역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며 “이 사업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진정한 희망의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