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대선결과 발표 무기연기… 부정선거 조사 이유로 늦춰

입력 2012-06-21 22:05

‘이집트의 봄’이 멀어지고 있다.

이집트 선거 당국은 21일(현지시간)로 예정했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 결과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최대 이슬람조직 무슬림형제단은 지금의 과도정부를 이끄는 군부에 정면 대결을 선언했다. 여기에 ‘임상적 사망설’까지 나돌았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사실은 ‘거의 안정적’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집트 정국이 한 치 앞을 모를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발표 연기, 군 의중 반영됐나?=이집트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성명을 통해 “결선 투표 결과가 예정대로 발표되지 않을 것”이라며 “양 후보 측이 제기한 상대방의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최종 결과 발표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발표 연기에는 집권 군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선관위를 비롯한 과도정부를 이끄는 군부와 아흐메드 샤피크 후보는 무바라크 집권 시절을 대표하는 ‘구체제’ 인사들로 여겨지고 있다.

이집트 일부 국영매체들은 이슬람주의자이자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는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가 51%의 득표율로 49%인 군부를 대표하는 샤피크를 앞섰다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군부가 무르시 후보의 승리를 선언하는 대신 결과 발표를 미룬 것이다. 가뜩이나 군부는 오는 7월 1일로 예정된 민간에 대한 권력이양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 한다는 의심을 받아오던 터였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군부는 헌법적 권위에 개입하거나, 지배하거나, 전복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군부가 정당한 승자에게 권력을 이양한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슬림형제단은 자신들이 낸 무르시 후보가 당선되지 않는다면, 군부를 상대로 무기한 시위를 벌이겠다며 전면전을 선포했다. 향후 수일이 이집트 앞날을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무바라크 건강 악화설 의혹=무바라크의 상태가 안정적이며 의식을 되찾았다고 중동지역 뉴스 전문 방송 알아라비아가 20일 보도했다. 무바라크의 변호사 모하메드 압델 라제크는 “그(무바라크)는 욕조에서 넘어져 목에 혈전을 제거하는 치료를 받았다”며 “오히려 언론보도(의학적 사망)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MRI 테스트 등을 거쳐 현재는 안정된(stable) 상태”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집트 공안 관계자도 “현재 무바라크는 스스로 호흡을 하고 있으며 거의 안정된 상태(nearly stable)”라고 밝혔다. 상황이 하루 만에 반전되자 이집트 국민들은 무바라크가 건강 악화를 빌미로 해외 치료를 위해 가석방을 허가받으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