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2] 분노의 그리스 “독일전차 깨부순다”

입력 2012-06-21 19:20

‘채권국-부채국의 경기’ ‘부채 더비(debt derby)’

23일 새벽 3시45분(한국시간) 폴란드 그단스크 국립경기장에서 열리는 유로 2012 독일-그리스의 8강전은 최근 유럽을 휩쓸고 있는 유로존 위기를 반영,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정치적 이유로 전 유럽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로마 4개국 정상회담을 마치고 경기장으로 곧장 날아가 선수들을 격려할 예정이다. 그리스 국민들은 “결코 독일에 만큼은 질 수 없다”고 벼르고 있어 양국 응원단들 사이에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에게 가혹한 구제금융을 요구하고 있는 최대 채권국 독일에 대해 엄청난 반감을 갖고 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의 조건인 긴축정책으로 인해 정부 지출과 연금, 임금 등이 대폭 삭감됐고 청년층 절반은 직업이 없는 상태이다.

그리스 언론 스포트 데이는 “당신의 채무자가 8강에 진출했다. 메르켈 기다려라”라고 결전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에 맞서 독일 최다 부수를 자랑하는 빌트지는 “가난한 그리스인, 우리는 당신을 다시 날려버리겠다”고 맞불을 놨다.

그리스 선수들은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리스 대표팀의 임시 주장을 맡게 된 코스타스 카트소라니스는 “우리는 축구를 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며 “모두가 그리스가 처한 위기를 알고 있지만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작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격수 디미트리스 살피기디스는 “조국이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고 놀리는 보도에 선수들이 분개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국민들의 얼굴에 웃음을 선사하고 싶다”고 선수단의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객관적인 평가에서는 독일의 우위가 예상된다. 역대 상대전적에선 독일이 5승3무로 월등히 앞선다. 독일은 죽음의 B조에서 포르투갈 네덜란드 덴마크를 모두 1골차로 이기고 3전 전승을 기록했다. 반면 그리스는 A조에서 폴란드와 1대 1로 비긴 뒤 체코엔 1대 2로 졌지만 러시아를 1대 0으로 이긴 뒤 승자승 원칙에 의해 간신히 8강행을 확정했다. 스페인과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는 독일은 최전방 마리오 고메스부터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까지 강력한 선수구성을 자랑한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