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기진작 카드, 효과 불투명한 ‘OT’… “더 나쁠때 대비 실탄 남겨”

입력 2012-06-21 22:25

20일(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경기부양 조치 발표는 시장이 예상한 수준이었다. 최근 고용 생산 소비 등 미국경제 전반에서 재침체 기미가 보이고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경제 여건도 악화되고 있어 연준이 추가 통화완화 조치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특히 행정부와 공화당 간 격렬한 대립으로 사실상 재정완화를 통한 경기 진작이 봉쇄된 상황도 연준의 추가 조치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

연준은 시장의 기대대로 추가 통화완화 조치를 시행하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T)를 선택했다.

연준은 이번 조치를 통해 3년 이하 단기 국채를 매도하고 6∼30년 장기채를 매입할 방침이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는 연준의 자산 규모는 그대로인 채 자산으로 보유하는 장·단기 채권의 비율만 바뀌는 것이어서 통화량이 늘지 않는다.

연준이 직접적인 유동성 확대 대책인 양적 완화(QE)를 채택하지 않은 것은 장래의 더 큰 불확실성에 대비해 ‘실탄’을 남겨두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3차 양적 완화를 할 만큼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아 보류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뉴욕 디시전이코노믹스의 앨런 시나이 최고경영자(CEO)는 “경제 기반이 더 나빠질 경우에 대비해 예비 화력을 남겨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섣불리 양적 완화를 통해 시장에 돈을 풀었다가 다른 상품의 가격 상승을 부채질해 애써 잡아놓은 물가의 고삐가 풀릴 공산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로는 충분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와 관련,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급함에 따라 8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3차 양적 완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12.94포인트(0.10%) 하락한 1만2824.39에 거래를 마쳤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29포인트(0.17%) 낮아진 1355.69에 마감됐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