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법도 없는 일본… 한국여성 ‘피눈물’

입력 2012-06-21 19:04
20대 초반의 한국 여성 A씨. 한국인 브로커에 속아 일본으로 건너갔고, 도쿄 우에노에서 ‘딜리버리 헬스(출장 성매매)’를 강요당했다. 성매매를 할수록 빚이 늘어났다. 아파트에는 도주 방지용 감시 카메라도 설치됐다.

잦은 성매매로 골반 복막염에 걸려 피를 많이 흘리고, 아무것도 먹지 못해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가 됐다. 지난해 봄 그의 몸 상태였다. ‘피를 너무 흘려서 너무 어지러워. 사채. 가게. 결국은 말 안 통해.’ 당시 A씨가 일본 여성단체인 ‘폴라리스 프로젝트 재팬’(대표 후지와라 시호코)에 보낸 휴대전화 구조요청 메시지다.

이 단체가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메시지를 공개했다. 폴라리스 프로젝트 재팬이 2005년부터 여성 핫라인을 통해 전화 상담한 2500여건 중 30%가 한국 여성이었다. 외국인 중 가장 많다. 후지와라 대표는 “일본인 36%, 한국인 29%, 필리핀인 11%, 태국인 7%”라고 소개했다.

일본에는 포괄적인 인신매매대책법이 없다.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쉼터나 핫라인도 없다. 만약 그가 경찰에 신고했다면 관광 비자로 들어와 돈을 벌었다는 이유로 강제 추방되는 게 고작이다.

미국 국무부가 이날 발표한 연례 인신매매 실태(TIP) 보고서에서 일본을 ‘인신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2등급 국가’로 분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캄보디아, 인도 등이 2등급 국가다. 일본은 TIP가 처음 발표한 2003년부터 10년째 2등급이다. 주요 8개국(G8) 중에서는 일본만 2등급이다. 2004년에는 한 단계 더 낮은 ‘2등급 감시대상국’으로 추락한 적도 있다.

한국은 10년째 1등급이다. 하지만 ‘매춘, 강제노동의 남성과 여성을 공급하는 곳이자 경유지이고 최종 목적지’라고 매년 지적돼 왔다.

북한은 2003년 이후 10년째 최악 등급(3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한은 강제 노동, 강제 결혼, 성매매를 당하는 남성·여성·아동 공급국”이라면서 “13만∼20만명의 정치범을 가둬놓고 있다”고 전했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