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아웃 막아라” 사상 첫 정전 상황 대비 훈련… 548만kW 절감
입력 2012-06-21 22:19
21일 오후 2시 가상 예비전력이 140만㎾로 하락하면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거래소 비상상황실 전력수급 화면이 ‘경계 단계’로 바뀌었다. 전국에 민방위 재난경보 사이렌이 울려 퍼졌다. 순간 서울 구로동 롯데마트의 전원이 모두 꺼졌다. 승강기는 멈췄고 식료품 냉동고는 전원이 내려졌다. 쇼핑을 나온 주민들이 당황한 듯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웅성거림은 길지 않았다. 20여초 뒤 비상발전기가 돌아가면서 냉동고는 작동을 시작했고 일부 조명엔 불이 들어왔다. 매장은 차분한 일상을 되찾았다.
롯데마트 식품매장에 있던 이상헌(26) 담당은 “비상발전기 덕분에 큰 불편은 없었다”면서 “일부 고객이 당황하기도 했지만 정전 상황에 대비한 훈련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여름철 급격한 기온 상승에 따른 ‘정전대란’을 방지하기 위한 사상 첫 정전대비 훈련은 혼란 없이 진행됐다.
지식경제부는 20분간 실시된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을 통해 화력발전소 10기에 해당하는 548만㎾의 전력을 절감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지경부에 따르면 경제단체, 업종별 단체, 산업단지 공단 등이 자율 계획을 수립해 훈련에 참여했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현대제철·LG전자 등 1750개 기업들도 조업시간 이동, 단축 조업은 물론 자가용 발전기 가동, 공장 내 냉방설비 가동중지 등으로 훈련에 동참했다. 백화점 등 대형 쇼핑몰과 호텔 등 공용 및 직원이용 시설도 냉방 중단, 조명 소등, 비상발전기 가동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승강기, 지하철, 병원, 교통신호등 등도 실제 단전됐을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모의 훈련을 실시했다.
서울 염리동 삼성래미안아파트 106동 승강기에서도 모의 훈련이 실시됐다. 가상 예비전력이 60만㎾로 하락한 오후 2시10분 승강기가 멈춰 섰다. 119 구급차와 한국전력 트럭이 도착했고 구급요원들이 승강기에 갇혀 있던 3명을 신속히 구출했다. 잠시 후 비상발전기를 가동하면서 승강기는 정상 운행됐다. 서울시청 앞 대한문교차로에서는 시민들이 교통경찰의 수신호에 맞춰 횡단보도를 건넜지만 교통 혼잡은 없었다. 교통통제 훈련은 정전된 신호등이 복구되는 시간 동안 교통 혼잡과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한문교차로를 포함, 전국 17곳에서 실시됐다.
지경부 이관섭 에너지자원실장은 “전력 위기상황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제고하고 실제 전력수급이 비상상황에 돌입할 경우 실시하는 ‘전국민 수요감축’과 ‘단전 시 국민피해 최소화를 위한 행동요령’을 사전 연습하기 위해 실시했다”면서 “짧은 준비기간이었지만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동참해 커다란 훈련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