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강기갑에 의원직 사퇴거부 이유 말했는데… “내가 무너지면 다 무너져”

입력 2012-06-21 18:48

비례대표 부정경선 등으로 의원직 사퇴요구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자신이 사퇴하면 야권의 대선구도가 무너진다는 취지로 사퇴를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합진보당 당 대표 후보로 나선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은 21일 라디오에 출연해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강 위원장은 “지난달 이 의원을 찾아가 의원직 사퇴를 요구했으나 ‘대선 프레임이 걸린 문제다. 내가 무너지면 줄줄이 다 무너질 것이다’라며 이 의원이 사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이에 강 위원장은 “새누리당의 대선프레임과 보수언론의 색깔론에 휘말릴수록 우리가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하고 성찰과 반성, 쇄신으로 빨리 거듭나야 한다”며 “빨리 스스로 결단하고 자기 정화력을 보일 때 국민적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김재연 의원은 의원직 사퇴요구에 대답을 못하고 계속 눈물만 흘렸다고 강 위원장은 덧붙였다.

이들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사퇴문제는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한 강 위원장과 구당권파의 지지를 받으며 당권에 도전한 강병기 전 경남정무부지사 간 설전으로 이어졌다.

강 위원장은 두 의원 제명에 반대하는 강 전 부지사를 향해 “두 분의 자진사퇴를 눈물로 호소하고 몇 차례 만나 사정했는데도 (사퇴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징계위에 회부하지 말아야 한다는 거냐”며 “전에는 (강 전 부지사가) 이런 입장이 아니었는데 중간에 그분들의 입장을 끌어안고 발표 내용을 수정했나”고 날을 세웠다.

강 전 부지사는 “혁신비대위가 당기위에 제소하기까지는 두 분의 자진사퇴가 옳다는 입장이었지만 제명과 출당은 마지막 수단으로 써야 한다”며 “두 분이 2차 진상조사를 통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했고 조사결과 발표에 따라 책임을 묻겠다는 건데 뭐가 문제인가”라며 맞받았다.

두 후보 측은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경선개입 여부를 놓고도 논란을 벌였다. 강 전 부지사 선대위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 원내대표가 전날 “강기갑 후보가 새 대표로 당선되지 않으면 야권연대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 “선거가 진행 중인 다른 정당에 대해 사실과도 다르게 누가 당선되면 안 된다는 식의 발언을 한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강 위원장 선대본부는 “박 원내대표가 밝힌 입장은 야권 전체가 국민적 수준에서 우리 당에 보내는 심각한 우려의 표명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반격했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