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 필승론 VS 수도권 필승론… 野 대선전략 격돌 예고

입력 2012-06-21 22:22


민주통합당에는 부산·경남(PK) 후보 필승론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2007년 대선에서 호남 출신 정동영 후보가 경북 출신 이명박 후보에게 크게 패한 데다 올 대선에서는 대구 출신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이 여권의 후보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형성된 기류다. 절대다수 호남 표와 절반 정도의 수도권 표에다 PK 표를 일정 부분 끌어오면 당선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2002년 대선 때 PK 출신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이런 계산법으로 설명하면서 타 지역 후보로는 정권교체를 이루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생각은 상당 부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진보성향 정당이 처음 집권했던 1997년 대선의 경우 김대중 후보가 호남 출신이지만 상품성이 뛰어난데다 영남과 충청, 강원을 기반으로 하는 보수 표가 이회창 후보와 이인제 후보로 양분됐기 때문에 당선된 측면이 강하다. 이번 대선이 양자대결로 치러질 경우 박근혜 전 위원장이 장악하고 있는 영남 표를 허물지 않고는 집권하기 어렵다는 게 민주당의 대체적인 기류다. 노무현 후보의 경우 PK 지역에서 3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보였다. 지도부 경선을 앞두고 나온 ‘이해찬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역할분담 밀약’에 PK 출신 문재인 상임고문이 호응한 것도 이런 배경을 깔고 있다.

야권을 지지하는 일반 국민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문재인 고문이 여론조사 지지도 2, 3위를 기록하고 있고 김두관 경남지사에 대한 주목도가 점차 높아지는 것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유력주자 3명 모두 PK 출신이란 사실은 정치적으로 시사하는 바 크다. 민주당이 지난 4월 19대 총선 때 부산과 경남지역 비례대표 투표에서 각각 31.78%와 25.61%나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들 3명의 영향력에 힘입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굳어지는 듯한 PK 후보 필승론에 손학규 상임고문이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손 고문은 21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2002년 노무현 후보는 PK 지역에서 더 많은 표를 끌고와야 이긴다는 것이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중간층, 특히 수도권의 중간층을 얼마나 끌어오느냐의 싸움”이라고 주장했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PK 후보 필승론과 수도권 후보 필승론이 맞부딪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손 고문은 경기도 시흥 태생으로 광명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뒤 경기지사를 역임했다.

손 고문은 대선후보 경선에서 수도권 후보의 강점을 적극 설파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유권자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중도실용주의자인 자신이 민주당 후보가 될 경우 진보세력뿐 아니라 중도층과 젊은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19대 총선 때 전북에서 서울로 지역구를 옮긴 정세균 상임고문도 PK 후보 필승론에 맞서 손 대표와 힘을 합칠 가능성이 높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