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從北 고수하겠다는 통진당 구당권파

입력 2012-06-21 18:21

통합진보당 구당권파가 쇄신을 정면으로 거부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상규 의원은 20일 열린 공청회에서 “혁신이란 이름으로 여러 해결책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진보정당이 지향해야 할 가치와 정체성에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의엽 전 통진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의 눈높이를 활동의 기준으로 삼으면 당 강령을 모두 개정해야 한다”며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사수하고 당의 변질을 막는 게 급선무”라고 주장했다. 구당권파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강병기 당 대표 후보도 21일 “신당권파가 진보정당으로서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허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당권파들의 주장은 당 새로나기특별위원회가 최근 북한의 인권과 핵, 3대 세습 문제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 진보정당의 정체성에 어긋난다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북한 인권 침해는 정당화될 수 있으며, 통진당 노선이 엄연히 반핵·탈핵인데도 북핵 개발은 예외적으로 용인돼야 한다는 뜻인가? 또 3대 세습은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며, 설령 어긋나더라도 비판해서 안 된다는 것을 당 노선으로 하자는 말인가?

구당권파는 또 “국민의 눈높이라는 미명 아래 정치적 희생양을 정당화하는 무시무시한 논리가 횡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민의 상식적 상황 인식과 논리에 눈높이를 맞추는 것은 정당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대중과 동떨어진 이념을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거 지하조직에서나 추구하던 행태다.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고 말할 공간이 너무 열려 오히려 문제인 현실에서 대중과 다른 눈높이를 고집하는 것은 대중을 열등하게 보는 오만한 태도다. 통진당은 지난 총선에서 10.3%의 지지를 받은 정당이자, 수권을 추구하는 공당이다. 국민 눈높이를 무시하겠다는 것은 고립화를 자처하는 것이다. 구당권파는 경선 부정의 결과로 탄생한 비례대표 의원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고, 종북 정체성을 정리해 ‘상식의 진보정치’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