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드로잉인가? 페인팅인가?… ‘볼펜화가’ 이일, 16년 만에 고국 개인전
입력 2012-06-21 17:57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이일(60) 작가는 볼펜으로 그림을 그린다. 홍익대를 졸업한 뒤 1975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그는 1981년 브루클린 미술관 전시에서 볼펜 드로잉을 처음 선보였다.
하지만 뉴욕에서의 생활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냉난방 시설 없는 창고에서 지내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신발, 옷, 가발, 조명 가게와 이삿짐센터 등에서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아르바이트와 작업의 병행. 숱한 세월을 그렇게 보낸 끝에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마침내 2007년 뉴욕타임스에 그의 작품이 소개되고, 지난 3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그림 4점이 소장됐다.
현대미술의 중심지인 뉴욕에서 ‘볼펜화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그가 7월 15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16년 만에 고국 개인전을 연다.
‘이일과 선(線)의 영속성’이라는 제목으로 볼펜화를 비롯해 대나무를 사용한 새로운 기법의 아크릴과 유화 등 20여점을 내놓는다. 그가 볼펜으로 그려내는 추상화는 ‘선의 새로운 경지’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면은 춤을 추는 듯 날카롭고 역동적이며 자유롭다. 선의 움직임은 한 폭의 산수화 같기도 하고, 혼돈 속의 우주 같기도 하다.
“이것이 드로잉인가? 페인팅인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는 작가는 “페인팅 같은 드로잉, 드로잉 같은 페인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볼펜을 종이나 캔버스에 휘갈기다 보면 손놀림 하나하나의 흔적이 바람결에 흔들리듯 추상적인 선들로 변한다”며 “몰입해서 작업할 때 근심, 걱정, 고뇌, 격정 등 모든 감정을 쏟아 부어 깊이 묻어버린다”고 말했다(02-2287-3500).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