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산업의 예술인가 마케팅의 시녀인가… ‘철학자의 디자인 공부’
입력 2012-06-21 18:32
철학자의 디자인 공부/스테판 비알 (홍시·1만1000원)
오늘날 디자인을 잘 하는 기업(애플)과 디자인이 발달한 나라(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앞서가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기업의 경쟁력과 국가의 공공성에 디자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만큼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디자인엔 늘 두 얼굴이 있다. 삶의 질을 높이고 기업의 이윤을 창출하는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는 게 하나라면 산업의 지속을 위해 필요 없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범죄라는 평가가 다른 하나이다. 그 간격은 너무 크다. 과연 디자인은 마케팅의 시녀인가. 디자인은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사게 만드는 번드르르한 포장술인가. 디자인은 예술과 어떻게 다른가. 이런 의문에 대해 짧지만 명쾌하게 해석하며 답한다.
프랑스 철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디자이너는 정신분열증 환자와도 같은 존재이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제약을 결합시켜야만 하는 불가능한 묘기를 시도하는 곡예사가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건 ‘디자인적이야’라는 말은 ‘디자인’ 자체를 넘어선다. 그 말은 디자인적이지 않은 모든 사람을 구별해버린다. 디자인은 늘 철학적인 질문을 내포한다. 일종의 ‘디자인으로 철학하기’에 해당하는 보기 드문 책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