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인터넷 서평꾼의 세계문학 단평…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입력 2012-06-21 18:32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이현우 (오월의봄·1만4000원)

“내게 세계문학에 대한 첫 기억은 초등학교 때 읽은 계몽사판 ‘소년소녀 세계문학전집’이다. 이 50권까지 전집을 여러 번 읽었으니 내게는 요람과도 같은 책이다.” 본명 이현우보다 필명 ‘로쟈’로 더 유명한 저자는 이렇게 썼다. 조숙했던 것일까. 초등학생 때 벌써 세계문학전집에 도전했다니.

중고교 시절엔 헤르만 헤세와 알베르 카뮈와 스탕달과 에밀리 브론테를 읽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릴케의 시에 심취했다. 전공을 러시아문학으로 선택한 것도 도스토옙스키 같은 대작가의 작품을 원어로 읽고 싶어서다. 하긴 ‘로쟈’라는 필명도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애칭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소년소녀를 위한 축약 세계문학전집을 소싯적에 읽었으니 성인이 되어서 완결판을 다시 읽을 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지사이다.

그래서 ‘세계문학 다시 읽기’다. 중요한 것은 몇 번에 걸친 되읽기의 결과는 쓰기로 마무리된다는 점이다. 그가 “다시 읽으면 쓰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했듯 읽기와 쓰기는 꼬리를 물고 순환한다. 이 책은 그러한 순환의 한 가지 사례이다. 인터넷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꾼으로 통하는 그가 독서본능으로 써내려간 세계문학에 대한 단평은 독서의 내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박정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