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우표 속에 새겨진 파란만장 세계사… ‘우표, 역사를 부치다’
입력 2012-06-21 18:32
우표, 역사를 부치다/나이토 요스케 (정은문고·2만2000원)
6·25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10일, 북한은 서울 점령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전쟁 발발 보름 만에 우표를 발행한 점으로 미루어 북한이 사전에 준비했음을 말해준다. 북한 스스로 우표를 통해 6·25전쟁이 남한과 미국의 도발에 의한 것이 아닌, 자신들의 소행이었음을 고백한 셈이다. 북한은 전쟁 이후에도 ‘미제를 타도하자!’ 등의 구호를 내세운 우표를 수시로 발행했다.
1998년 8월, 케냐에서 미국 대사관 테러사건이 일어난다. 미국은 빈 라덴을 테러사건 주모자로 지목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빌 클린턴 정부의 빈 라덴 사냥은 탄핵 직전까지 이른 자신의 섹스 스캔들을 무마시키려는 꼼수처럼 보였다. 클린턴 대통령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모니카 르윈스키를 우스꽝스럽게 조롱한 우표를 통해 당시 분위기를 알 수 있다.
일본의 우편학자인 저자는 근대 이후 발행된 전 세계 232개의 우표에 선명하게 찍힌 역사의 흔적을 따라 낯선 세계사 속으로 초대한다. 양복을 즐겨 입던 이승만 대통령이 갑자기 한복 차림으로 등장한 까닭은? 중국 마오쩌둥을 바라보던 호치민은 왜 고개를 돌렸나? 우표 곳곳에 새겨진 파란만장한 역사의 순간들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