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미공개 시 3편·산문 2편 발굴… 6월 30일 ‘탄생 100주년’ 세미나 개최
입력 2012-06-20 21:12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천재시인 백석(白石·1912∼1996·사진)의 미공개 시 3편과 산문 2편, 그리고 백석이 번역한 러시아 작가 미하일 알렉산드로비치 숄로호프의 장편 ‘고요한 돈’이 발굴 공개됐다.
최동호 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20일 ‘백석문학전집1·2’(서정시학)를 편찬하는 과정에서 백석이 북한의 ‘문학신문’에 발표한 ‘등고지’(1951년 9월 19일), ‘천 년이고 만 년이고’(1962년 4월 10일), ‘조국의 바다여’(〃) 등 3편의 시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정거장에서 60리/ 60리 벌길은 멀기도 했다.// 가을 바다는 파랗기도 하다!/ 이 파란 바다에서 올라온다-/ 민어, 농어, 병어, 덕재, 시왜, 칼치…가// 이 길외진 개포에서/ 나는 늙은 사공 하나를 만났다./ 이제는 지나간 세월// (중략)// 멀리 붉은 노을 속에/ 두부모춰럼 떠 있는 그 신도라는 섬으로 가고 싶었다.”(‘등고지’ 부분)
평북 용천군 신도면에 속한 섬 ‘신도’로 가고 싶은 심정을 담은 이 시는 백석 시의 특징인 한국적 서정성과 단어의 나열 등이 그대로 살아 있는 한편 백석 후기 시의 특징인 마침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반면 ‘조국의 바다여’는 “그리하여 그 어느 하루 낮도, 하루 밤도/ 바다여 잠잠하지 말라, 잠자지 말라/ 세기의 죄악의 마귀인 미제,/ 간악과 잔인의 상징인 일제/ 박정희 군사 파쑈 불한당들을/ 그 거센 물결로 천 리 밖, 만 리 밖에 차던지라”며 박정희 정권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담고 있다.
최 교수는 “1958년 당성이 약한 인민들을 지방 생산현장에 보내는 이른바 ‘붉은 편지’ 사건을 계기로, 양강도 삼수군 관평리에서 양치기 생활을 하던 백석이 이 시를 통해 부르주아 잔재를 청산하고 ‘붉은 작가’로 단련되고 있음을 증명하면서 복권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함께 발굴된 산문 ‘문학신문 편집국 앞’(‘문학신문’ 1959년 1월 18일)에도 “이 속에서 어찌 제가 당이 기대하는 붉은 작가로 단련되지 않겠습니까. 맡겨진 일에 힘과 마음 다하여 훌륭한 조합원이 되여 앞으로 좋은 글을 쓸 것을 다시 한번 맹세합니다. 1월 10일 삼수 관평에서”라고 적혀 있다. 이는 백석이 복권을 위해 당에 충성을 맹세하는 등 비극적인 말년을 보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백석이 1950년 2월 평양에서 번역 출간한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1·2’(조선교육도서출판사)도 중국 옌볜대 도서관에서 발굴돼 공개됐다. ‘백석문학전집’ 공동 저자인 김문주 영남대 교수는 “해방 이후 만주에서 북한으로 귀환한 백석은 자유롭지 못한 사회현실 속에서 자신의 문학을 어떻게 펼칠까 고민하다가 번역과 아동문학에 기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그가 번역한 ‘고요한 돈’ 등은 백석 문학의 균열 지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석은 ‘고요한 돈’을 완역이 아니라 총 4권 가운데 1·2권만 번역했고 나머지 3·4권은 북한의 번역문학가 변문식이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발굴된 백석의 창작시는 모두 144편, 번역시는 현대시 197편와 동시 11편을 합쳐 모두 208편이다.
한편 한국비평문학회는 30일 서울여대에서 ‘백석 탄신 100주년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