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이러스로 이란 핵 저지” 美·이스라엘 공동개발… 연결망 파악·감시 가능

입력 2012-06-20 19:21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개발 계획을 지연시키기 위해 이란의 컴퓨터 연결망을 파악하고 이란 관리들의 컴퓨터를 들여다볼 목적으로 플레임 컴퓨터 바이러스를 공동 개발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9일 보도했다.

플레임 바이러스 개발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 및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군 등이 참여했으며 이란의 우라늄 농축 장비에 이상을 일으킨 스턱스넷 컴퓨터 바이러스도 이란의 핵개발 저지를 위한 사이버전쟁용으로 개발됐다고 WP가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플레임 바이러스가 컴퓨터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단계의 사이버전쟁 프로그램이 아니라 정보 수집용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사이버전쟁 프로그램과 달리 미국의 법적·정책적 심사 과정이 엄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러시아의 사이버 보안업체인 카스퍼스키는 플레임 바이러스를 최초로 발견했다고 발표하면서 이 악성 소프트웨어가 역사상 가장 정교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업체 등에 따르면 플레임 바이러스는 외부 조종에 따라 감염 컴퓨터의 데이터나 채팅 내용 등을 빼낼 수 있고, 컴퓨터 화면에 표시된 내용을 캡처하거나 컴퓨터 마이크를 몰래 켜 음성을 녹음할 수도 있다.

한편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열린 이란과 서방(P5+1) 간 핵협상이 또다시 무위에 그쳤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독일을 포함한 ‘P5+1’과 이란은 18∼19일 모스크바에서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이란산 원유 수입국의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미국의 국방수권법(오는 28일)과 유럽연합(EU)의 이란산 원유 금수 발효 시점(다음 달 1일)을 눈앞에 두고 열린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중동 정세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