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이집트 정국] 아랍 독재자들, 이집트 보며 웃는다

입력 2012-06-20 19:20

이집트 정정(政情)을 바라보며 다른 아랍국 독재자들이 슬며시 웃고 있다. 이집트 군부가 대통령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 의회를 해산하고 민주적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조치를 취하자 ‘아랍의 봄’을 겪고 있는 독재자들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분위기다.

리비아나 예멘, 시리아, 아랍에미리트 등의 정권은 이집트 군부가 무슬림형제단 주도의 의회를 해산하고, 재정과 안보 분야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한 조치에 대해 내심 환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 전했다. 이 국가들은 중동 지역에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 무슬림형제단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물론 서방 민주국가들의 시선 때문에 이들이 공식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의 한 관리는 이집트 군부의 조치와 관련, “아주 적절한 시점에 스마트한 결정을 했다”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이집트의 민주화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2010년 12월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로 ‘아랍의 봄’을 촉발시켰던 튀니지의 민주화 진행 사례가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집트는 민주화 과정에서 군부와 민간이 심하게 대립했다.

그러나 튀니지의 정치 지도자들은 이집트 정치가 실수했던 것을 피해갔다. 선거에서 이긴 중도성향의 이슬람 정당 에나다는 세속적인 정치그룹과 연정을 했다. 정부 수반으로는 인권운동가 출신을 내세웠다. 에나다의 정치 지도자들은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과는 달리 승자 독식을 주장하지 않은 것이다.

중동 정치 전문가들은 튀니지의 정치개혁이 다른 아랍 독재국이 겪고 있는 후폭풍을 맞지 않고 지금까지는 잘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명호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