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이집트 정국] 무바라크 혼수상태… 타흐리르 광장 反군부 시위
입력 2012-06-20 19:20
이집트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대규모 시위대가 민주화 성지인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다시 모였다. 집권 군부가 합법적인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의 권한을 대거 박탈하는 임시헌법을 발효하자 이에 분노한 것이다. 여기에 지난해 축출된 후 종신형을 선고받은 30년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84·사진)가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정국 향방에 불확실성을 더했다.
◇무바라크 혼수상태=수감 중이던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병세가 악화돼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혼수상태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현지 병원 관계자들이 전했다. 현지 소식통은 “무바라크가 의식을 완전히 잃은 상태에서 인공호흡기를 착용했지만 임상적으로 사망했다고 언급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앞서 이집트 관영 메나 통신은 무바라크의 심장 박동이 멈췄으며 심장충격기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그가 ‘임상적으로(Clinically)’ 사망한 상태”라고 전했다.
무바라크는 이날 수감 중인 카이로 남부의 토라교도소 내 병원에서 심장 마비와 뇌졸중 증세로 소생 시술을 받은 뒤 응급차를 타고 약 6㎞ 떨어진 군 병원으로 옮겨졌다.
무바라크는 시민혁명이 진행된 지난해 초 실탄을 사용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도록 지시해 850여명의 사망자를 내고 집권 기간 부정 축재를 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무슬림형제단, 반군부 시위=이집트 시위대 수만 명이 19일 수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반(反) 군부 시위를 벌였다. 권력을 내놓지 않기 위해 ‘헌법 쿠데타’를 감행한 군부에 대해 이집트 최대 이슬람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이 전면 투쟁을 선포한 것이다. 군부는 대선 결선 투표 후 무슬림형제단이 지지하는 모하메드 무르시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그를 ‘식물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하는 임시헌법을 18일 발효했다. 지난주 헌법재판소의 의회 해산 명령에 따라 군부가 출입을 통제하는 의사당 주변에도 수백명이 모여 반 군부 시위를 전개했다.
한편 21일 공식 선거 결과 발표를 앞두고, 결선에 오른 두 후보 모두 자신들의 승리를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무슬림형제단은 무르시 후보가 52%의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밝혔고, 군부의 지지를 받는 아흐메트 샤피크 후보 역시 이날 자신이 51.5%로 승리했다고 주장했다. 누가 승리하든 무슬림형제단과 군부의 갈등으로 이집트 정국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외신들은 관측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