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뼛속까지 달라지겠습니다”… 한진重 새 노조 ‘파업·투쟁’ 폐기 선언
입력 2012-06-20 19:11
“노동조합은 회사와 하나가 돼 한진중공업 75년 역사, 조선 1번지의 긍지와 자부심을 되찾겠습니다.”
지난해 5차례 ‘희망버스’ 행사로 극심한 노사갈등을 겪은 한진중공업의 새 노조가 밝힌 각오다. 새 노조 조합원들은 20일 이런 내용의 플래카드와 전단지를 들고 부산 도심에서 ‘회사 살리기 호소 순회 거리 캠페인’을 벌였다. 지난 18일부터 시작한 캠페인의 마지막 날이다.
노조원들은 “뼛속까지 달라지겠습니다”란 각오가 담긴 내용의 전단지를 부산시, 부산상공회의소 등 유관기관과 시민들에게 돌리며 회사 정상화에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이들은 “부산시민들에게 불편과 걱정만을 끼친 파업 만능주의, 투쟁 지상주의를 폐기할 것”을 선언한 뒤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탈진한 영도조선소를 신뢰와 상생의 노사문화로 정착시켜 위기에 빠진 회사를 다시 살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캠페인을 지켜본 시민 박주원(55)씨는 “한진중공업은 그동안 지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다”며 “하루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욱(49)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은 “과거 노조가 지닌 조직 이기주의 행태를 버리고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과 봉사를 먼저 생각할 것”이라면서 “노조의 변화로 투자환경이 개선되고 생산성이 높아져 하루빨리 회사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원 김모(45)씨도 “회사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투쟁이 아니라 수주환경 개선”이라고 말했다.
한진중 새 노조의 모습은 오랜 파업과 농성으로 부산지역을 뒤흔들었던 지난해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새 노조는 지난해 전국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와는 별도의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지난 1월 출범했다. 6월 현재 전체 노조원 704명 중 80%가 넘는 567명이 가입해 사실상 한진중공업 대표노조의 입지를 확보했다.
지난해 11개월간 장기 파업을 겪었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2008년 9월 이후 수주물량이 ‘제로(0)’인 상태다. 지난 1년간 누적적자는 1160억원이다.
한진중 이재용 사장은 “회사를 살리는 일에 노사가 따로 없다”며 “세계경제가 다시 흔들리는 상황에서 회사 정상화를 앞당기고 임직원의 생활안정을 이루려면 노사 모두가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