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3차 수사… 대주주 ‘요지경 비리’ 캐냈지만 정·관계 로비 규명 숙제

입력 2012-06-20 21:51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대주주들이 개인채무 변제, 개인 명의 골프장 인수, 호화빌라 구입 등을 위해 회삿돈을 무단 인출하거나 불법 대출받는 등 저축은행을 사금고처럼 사용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서민들이 쌈짓돈을 모아 예금한 돈을 통장에 입금한 것처럼 속이고 실제로는 대주주가 마음대로 빼돌려 쓰는 등 도덕적 해이도 여전했다.

◇대주주 개인비리 요지경=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은 고가의 미술품을 로비에 활용했다. 김 회장이 횡령한 미술품은 앤디 워홀의 ‘플라워’(구입가 25억원)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추상’(21억원), 박수근 화백의 ‘노상의 사람들’(11억3000만원) 등 12점 94억7635만원에 달했다. 그는 2011년 7월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에게 금융감독원 검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이중섭 화백의 ‘가족’(3억7000만원), 도상봉 화백의 ‘라일락’(3억1000만원) 등 그림 2점과 1㎏짜리 금괴 6개(시가 3억6000만원)를 건넸다.

또 미래저축은행이 서미갤러리 등으로부터 담보로 받은 외국 유명 미술품 11점(274억원 상당)의 담보를 해지하고 개인 담보용으로 써 회사에 83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한국저축은행 윤현수 회장은 명품 승용차와 호화빌라 구입에 계열사 돈을 마구 썼다. 윤 회장은 2006년 5월∼2012년 4월 아내 고문료 명목으로 계열회사 자금 10억8000만원을 횡령하고 아내에게 벤츠 S600 승용차(시가 2억6600만원)와 법인카드를 제공하는 등 계열사에 8억원을 부담시켰다. 또 2009년 7월 52억원 상당의 서울 청담동 호화빌라를 구입하기 위해 계열회사에 금융기관 대출로 30억원을 마련하도록 했다.

한주저축은행 김임순 대표는 예금주 통장에만 입금 표시가 되고 은행 전산망에는 입금 기록이 남지 않는 ‘가짜통장’으로 지난 2∼5월 예금주 407명의 예금 180억원을 횡령했다.

◇남은 수사 과제=합수단은 대주주의 횡령 등 개인비리 수사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냈지만 정·관계 로비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솔로몬 미래 한국 한주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경영개선계획 등의 이행을 위해 6개월간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았다. 이들이 1차 영업정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는 과정에서 금융감독기관 등에 로비했을 가능성이 높다.

합수단은 임 회장이 김 회장으로부터 금감원 검사 무마 명목으로 금괴와 그림을 받은 뒤 실제 로비를 했는지 수사 중이다. 합수단은 또 김 회장이 청와대 김모 행정관의 청탁을 받고 2010년 말 법정관리 중이던 경기도 용인 수지의 S병원을 사들인 뒤 김 행정관 형에게 싸게 파는 수법으로 100억원대의 빚을 줄여준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과정에 하나캐피탈이 참여하도록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압력을 행사했는지도 검찰이 밝혀야 할 몫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이 한 저축은행으로부터 7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현재 뚜벅뚜벅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정현수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