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이후] 유로존 “伊·스페인 국채 매입”… 7500억 유로 투입

입력 2012-06-20 19:04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소속 정상들은 19일 밤(현지시간) 멕시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은행위기 등으로 시장에서 외면 받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국채 매입에 합의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이 보도했다.

이는 이들 국가의 자본조달 비용을 낮춰주기 위한 것으로, 이를 위해 유럽안정기금(ESM)에서 5000억 유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서 2500억 유로 등 총 7500억 유로의 재원이 동원된다.

이 기금은 전에도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 역내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들의 위기 해소용 국채 매입에 쓰인 바 있다. 다만 과거에는 기금이 해당 국가 정부에 지원되었으나, 이번부터는 이 기금을 통해 직접 문제 국가의 국채를 사는 방식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유로존 정상들이 전격적으로 이에 합의한 데는 최근 들어 선거를 통해 유로존 잔류를 선택한 그리스가 안정을 찾는 것과 달리 유로존 4위 경제대국 스페인에서 위험 징후가 계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유로존이 1000억 유로 구제금융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시장에서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위험수준인 7% 선을 넘어섰다. 스페인이 내는 이자 비용도 크게 높아졌다. 스페인 정부는 19일 12개월짜리 및 18개월짜리 재무부 채권에 대한 이자를 지불했는데, 한 달 전에 비해 2%포인트 올라간 이자를 낸 것이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이자 감당이 어려울 것이라고 WSJ는 전망했다.

특히 21일 스페인 정부는 20억 유로의 국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스페인 국채 금리 상황은 최근 스페인 은행의 악성 채권규모가 18년 만에 최고치라는 보도가 나오며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탈리아 역시 그리스 채무 위기 불똥이 튀면서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해왔다.

합의는 독일 국민이 질 부담을 우려해 이에 반대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입장을 바꾸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유럽 최대 경제가 주변의 취약한 경제를 지원할 의사가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금융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조치는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의 제안으로 추진됐다. 메르켈 총리는 18일 저녁 공식 회담에서는 찬성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추가 회담에서 진전된 의사를 보일 것 같다”고 독일 관리를 인용해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영국 프랑스 등의 주변국 압박에 굴복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스페인이 연 7%의 고금리를 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독일을 압박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