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활강장, 도로 가리왕산으로… 녹색연합 “안타깝지만 존중”

입력 2012-06-20 21:54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활강경기장은 애초 예정했던 가리왕산 중봉으로 가닥이 잡혔다.

산림청은 20일 “희귀한 고산 생태계를 훼손시킬 우려가 크다는 지적에 따라 가리왕산 활강경기장의 대안을 검토했으나 마땅한 다른 곳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산림청 김현식 산림보호국장은 국립 산림과학원 산림과학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그동안 환경단체, 학계, 스키 전문가, 토목 전문가 등이 참여한 활강경기장 보전복원위원회가 대안지로 거론된 여러 곳을 직접 방문했으나 결국 가리왕산 중봉으로 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그러나 가리왕산은 상당한 산림훼손을 해야 활강경기장을 건립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며 “강원도와 조직위, 환경단체 등과 머리를 맞대고 산림유전자원 보전이라는 가치를 지키면서 활강경기장을 운영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산림청은 두위봉, 만항재, 상원산 등 여러 대안지를 검토했으나 모두 ‘부적합’한 것으로 판정했다.

조사에 참여한 녹색연합도 성명을 통해 “가리왕산의 유력한 대안지로 떠올랐던 만항재는 남서사면이어서 설질 관리에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제외됐다”면서 “보전복원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기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그러나 “자연과 미래세대를 위해 국가가 지정한 산림보호구역이 개발 논리에 훼손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이는 산림청과 강원도, 지역주민, 환경단체 모두에게 숙제로 남게 됐다”고 지적했다.

가리왕산은 산마늘, 노랑무늬 붓꽃 등 멸종위기 식물과 분비나무, 주목, 한계령풀 등 희귀 고산식물을 품고 있어 생태적 가치가 높다. 산림청은 가리왕산 중봉 일대를 2008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가리왕산에 예정대로 활강경기장을 설치할 경우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92㏊ 정도가 편입된다. 환경단체 등은 산림유전자원 훼손을 막기 위한 대안을 모색할 것을 요구해왔다. 가리왕산 활강경기장 건설사업은 환경영향평가를 앞두고 있다. 환경부 백규석 자연보전국장은 “환경영향평가는 산림청에서 판단하는 산림훼손 여부 평가와 다른 기준들이 많다”면서 “시간이 빠듯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생태계 보호에 필요한 보완조치를 철저히 추진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