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서완석] 정치, 프로야구만큼만 해라
입력 2012-06-20 18:34
“아직 원 구성조차 못하는 19대 국회… 상생 원리를 프로야구에서 배워야”
제19대 국회의원 임기가 지난달 30일부터 시작됐지만 개원 소식은 없다. 원 구성이 난항을 겪으면서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법대로 하자면 벌써 원 구성을 마치고 1차 본회의에 들어갔어야 하지만 대선을 앞둔 여야의 정략적 힘겨루기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개혁을 외치며 수많은 신진기예들이 국회에 입성했지만 하는 짓은 과거로 회귀한 것 같다. 또 한번 속은 느낌이다.
이런 가운데 프로야구는 출범 31번째 시즌을 맞아 연일 만원 관중으로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약 20일 터울로 100만명씩 늘어나면서 조만간 400만 관중을 돌파할 기세다. 이런 추세라면 역대 최다이면서 올 시즌 목표인 700만 관중을 돌파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정치와 프로야구는 얼핏 아무 연관성이 없는 것 같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프로야구는 태생적으로 ‘정치적’이었다. 소위 신군부의 ‘3S 정책’이 프로야구의 탄생 배경이라는 게 정설이다. 태생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정치와 프로야구는 국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먹고 산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 정신을 못 차리는 정치권이 프로야구로부터 배워야 할 덕목이 많다는 점에서는 둘은 분명 다르다.
예를 들자면 19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하고도 원 구성조차 못하고 표류하는 것은 프로야구가 개막일이 지났는데도 경기를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스포츠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국회에서는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이 14대 국회부터 계속돼온 것이라 하니 탈법도 자주 하면 감각이 둔해지는 모양이다.
지역주의 청산이란 정치권의 해묵은 과제도 프로야구는 대처 방안이 달랐다. 지난 총선에서도 드러났듯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특정 지역에서 싹쓸이하며 지역주의를 심화시켰다. 하지만 프로야구는 상생의 정신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프로야구도 지역주의에 기대어 발전전략을 짰지만 정치권처럼 꽉 막히지 않았다. 프로야구 초창기에 대구 삼성은 넘쳐나는 내야자원을 라이벌팀 광주 해태로 내줬다. 국가대표 출신 유격수 서정환이 그 선수다. 해태는 이후 내야 수비가 안정되면서 최고의 명문팀이 될 수 있었다. 부산상고 출신 김응용 감독은 해태 감독으로 전성기를 이끌었고, 광주일고 출신 선동열 감독이 삼성 감독을 수년간 역임한 것은 정치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프로야구는 아예 2009년부터 지역 고교 연고제를 전면 철폐하고 지역에 관계없이 전년도 성적 역순에 따라 선수를 선발하는 전면 드래프트제를 과감히 도입했다.
정치권도 한 지역을 특정 정당이 싹쓸이하는 정치 후진성을 탈피하기 위해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선거구제로 바꾸는 제도 개혁을 심각히 고려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한편 프로야구 경기가 애국가로 시작한다는 사실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본인의 표현대로 “군부독재시대부터 이어온 전체주의적 발상”이어서 부르지 말아야 할까. 야구장에서 부르는 애국가는 야구 사랑하는 일체감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야구와 인생에 대한 진솔함과 감동을 주는 매개 역할을 한다.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관중석에 서면 누구나 느끼는 진한 감동이다. 수백만 프로야구 관중 아무도 거부하지 않는 애국가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부정한다는 사실에 왠지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다.
대선후보 경선 룰 때문에 시끄러운 새누리당도 야구에서 배울 것이 있다. 경기 규칙은 경기가 열리기 전에 바꾸는 게 원칙이다.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경기 중 규칙을 바꾸자고 요구하면 떼쓰기밖에 되지 않는다.
정치권은 상생의 묘책을 스포츠에서 배워라. 상생을 버리고 오로지 승리만 추구한 결과 19대 국회는 거의 절반인 149명이 신인으로 바뀌었다. 프로야구팀에서 절반이 신인선수로 물갈이됐다면 그 팀은 절대 강팀이 될 수 없다. 정치, 이제는 프로야구에서 배워라.
서완석 체육부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