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서종로 (14) IMF 위기의 역발상 “십일조·헌금을 더 열심히!”

입력 2012-06-20 18:18


“…헐 때가 있고 세울 때가 있으며,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전 3:3∼4)라는 말씀처럼 우리의 인생사에는 흥망이 있고 부침이 있다. 이게 하나님의 순리일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랬다. 하나님의 큰 축복을 받은 기적의 주인공처럼 부각된 적도 있었지만 누구 못지않은 시련의 계절을 보내기도 했다.

장로가 되고 얼마 안 됐을 때 일이다. 공장을 하던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게 되면서 장소를 옮겨 다시 시작했다. 그런데 사업이 영 안 되는 가운데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거액을 날렸다. 졸지에 잘 나가던 ‘사장님’이 실업자 신세까지 되고 말았다.

한데 그때 교회에서 ‘5000명을 주님께 인도’라는 표어를 내걸고 ‘예수 초청 큰잔치’를 하면서 내가 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매일 교회로 출근해 교회 일을 열심히 하면서 뭔가를 깨우쳤다. 내가 교회 일에 너무 소홀했다는 것이다. 겉으로는 열심인 척하면서 속으로는 온통 사업에만 매달려온 나 자신을 발견했다. 부끄러움에 회개했다.

그러다 몇 사람과 함께 공장을 다시 시작할 길이 열렸다. 당장 유일한 재산인 땅을 처분해야 하게 생겼다. 나는 하나님께 땅을 팔게 해주시면 십일조도 하고 감사헌금도 하겠다고 기도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내게 “땅을 팔면 당장 쓸 데도 많을 텐데 정말 그럴 수 있겠느냐”고 물으시는 것 같았다. 나는 당장 2000만원의 빚을 내 먼저 헌금을 했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전에는 외상으로도 안 사겠다고 하던 사람의 마음이 바뀐 것이다.

그때부터 나는 십일조와 헌금을 낸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환해지는 것 느꼈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 ‘IMF 위기’를 넘기고 우연히 건축사업을 시작하면서 나는 미리 십일조 내는 생활에 재미를 붙였다. 2000년대를 맞으면서 나는 벽돌공장 운영을 아들에게 넘기고 건축사업을 시작했다. 나는 집 한 채를 짓는 공사를 시작할 때마다 500만원의 십일조를 미리 냈다.

한번은 1800만원을 십일조로 낸 적도 있었다. 목사님께서 나를 불러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수입을 올렸느냐고 묻기에 나는 그 정도 남을 것 같아 미리 냈다고 하자 목사님은 즉석에서 형통을 위한 기도를 해주셨다.

그런 중에 언젠가부터 마음속으로 1억원 헌금의 생각이 생겨나더니 그게 부담감으로 발전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이끄시는 것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왜 이런 마음을 주시는 걸까? 교회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당장 내게 그럴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 이유는 오래지 않아 밝혀졌다. 목사님께서 수양관 지을 계획을 갖고 계신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가슴이 뛰었다. 하나님께서 그만큼의 필요가 생기셨고, 그러자 이 사람 저 사람 고르다가 나를 적임자로 정하셨다고 생각하자 신기하고 흥분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사람이 하나님께로부터 ‘아시는 바’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나는 바로 교회에 1억원을 헌금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사모님이 나에게 혹시 목사님이 기도하시는 것을 들었느냐고 물었다. 내가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하자 사모님은 목사님이 요즘 계속 1억원 헌금할 분을 찾으면서 기도하셨다고 전했다. 그리곤 사모님은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목사님의 기도에 응답하셨다고 말씀해주셨다. 그 일을 겪은 뒤 나는 참으로 많은 걸 생각하고 깨달았다. 영원히 살아계시는 아버지 하나님, 우리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는 그분의 뜻과 그분의 행동양식을 어떻게 설명할 수 없었다.

“하나님의 모든 행사를 살펴보니 해 아래에서 행해지는 일을 사람이 능히 알아낼 수 없도다 사람이 아무리 애써 알아보려고 할지라도 능히 알지 못하나니…”(전 8:17)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