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경선 룰 전면전] 非朴 3인, 후보 단일화 새 카드 “몸집 키워서 맞붙자”

입력 2012-06-21 00:31


새누리당 비박(非朴·비박근혜) 주자들의 대선후보 단일화 문제가 드디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가 개별적으로 경선 출마를 선언할 때부터 이들이 당내의 가장 강력한 상대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맞서 단일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그동안은 공개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김 지사 측 신지호 전 의원은 20일 친박계와의 경선 룰 갈등과 관련해 “기존 당헌당규에 정해진 방식대로 하겠다는 것이 명확히 드러나 나머지 주자들이 참여할 명분이 없으면 가장 유력하게 검토되는 시나리오가 자체적인 단일화 경선”이라고 말했다. 신 전 의원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조정 능력이 한계 상황에 봉착하고 박 전 위원장 측에서 기존 룰대로 강행하겠다는 게 확인되면 더 이상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비박 3인방이 제안한 ‘대선주자 원탁회동’ 제안이 거부되며 경선 룰 조율이 최종 실패로 드러날 경우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을 압박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몸값을 일거에 올릴 수 있는 최후통첩이자 승부수인 셈이다.

후보 단일화 방식과 일정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신 전 의원은 “공정한 룰을 정할 것”이라며 “저희들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주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정신에 입각해 국민의 뜻을 온전하게 반영하는 방식의 단일화 경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지역을 순회하고 거기서 TV 토론을 하든 내부 행사를 하든 그런 것을 하고, 거기에 대한 그 지역의 여론조사 방식을 반영하는 방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또 “늦어도 8월 말까지는 단일화 경선을 끝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8월 말에 비박 측이 단일화를 마칠 경우 현행 8월 21일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해야 하는 당헌당규와 또다시 충돌하게 된다.

신 전 의원은 “현실적으로 그게 이제 가능하겠느냐”면서 “시기는 좀 늦춰질 수밖에 없지 않겠나 한다”고 말했다. 경선 주자인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도 후보 선출 시기를 런던올림픽 이후로 늦춰 9월 말 예선, 10월 말 결선투표를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당 경선관리위원회가 경선일 연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선위 신성범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늘 3차 전체회의에서 8월 20일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실시하는 계획 하에 경선을 준비하기로 했다”며 “그러나 올림픽 등을 고려해 연기할 필요가 있다는 이견이 개진됐다”고 밝혔다.

어쨌든 비박 3인방은 후보 단일화로 흥행몰이를 해 현재 각각 1∼3%대에 그치는 지지율을 크게 끌어올린 뒤 ‘골리앗 박근혜’를 상대로 극적인 역전승을 펼쳐 보이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숨기지 않고 있다. 1단계 후보 단일화 경선, 2단계 박 전 위원장과의 본 경선을 거치겠다는 얘기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