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경선 룰 전면전] 朴 마이웨이… 7월초 출마선언할 듯
입력 2012-06-20 21:49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다음 달 초 대선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 진영과 갈등을 빚고 있는 경선 룰에 발목이 잡혀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박 전 위원장이 본격적으로 ‘마이 웨이’를 선언하고 대선 행보를 시작할 경우 정상적인 경선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박 전 위원장 측 한 인사는 20일 “박 전 위원장이 다음 달 2일 이전에 출마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행사를 기획하기보다는 기자회견을 통해 출마 의사를 밝히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 측은 출마선언 직후 선거 캠프를 출범시키기 위해 실무 작업에 돌입했다. 선거 캠프는 홍사덕 전 의원이 종합적으로 지휘하며 최경환 권영세 유정복 홍문종 의원 등이 전략, 조직, 홍보 등의 역할을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 당에서 공식 후보등록 일정을 확정하지 못해도 예비후보로 등록해 기선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친박계 다른 인사는 “출마선언을 더 늦출 수 없다. 국민에게 비전과 공약을 제시하고 지지를 얻으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보는 박 전 위원장 측이 정몽준 전 대표,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 진영과의 대타협을 이미 ‘물 건너간 사안’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전날 의원총회에 참석한 박 전 위원장은 비박 진영에서 제안한 원탁회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당 지도부에서 의견을 들으시는 것 같다”고 답했다. 경선 룰은 후보들이 만나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친박계 핵심인 이혜훈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이분들(비박 주자 3명) 중 몇 분은 비공식적으로 후보등록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 왔다”고 말해 또 다른 파문이 일고 있다. 비박 진영에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비박 3인을 분열시키려는 공작”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감정싸움이 확산되면서 경선 무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친박계 김재원 의원은 “(비박 주자들의 요구인) 경선규칙 논의 기구를 만드는 것 자체로 결국은 경선이 무산되지 않을까, 또는 정상적인 경선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정현 최고위원도 라디오에 나가 이재오 의원이 박 전 위원장을 겨냥, ‘여성 리더십은 시기상조’라고 한데 대해 “알통과 근육으로 국방하고 외교하고 국정하고 경제를 하는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은 무장공비들이 청와대 코앞에까지 쳐들어온 것을 체험한 사람이고, 북한에서 보낸 사람들에 의해 어머니를 잃은 사람”이라며 “이보다 더한 체험이 있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아무 변명도 못하는 고 박정희 대통령을 상대로 아무개의 딸이라고 매일 공격하면 안 된다”며 “당당하게 당사자인 박 전 위원장에게 붙어야지 추잡스럽게, 비겁하게 돌아가신 아버지를 반복해 (공격) 하느냐”고 비판했다.
고승욱 기자 swk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