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정상회의 이후] 정상들 말…말… 말
입력 2012-06-20 19:04
멕시코 로스카보스에서 지난 18∼19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나온 말의 성찬도 관심을 끌었다. 특히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를 놓고 오간 설전은 이 문제를 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줬다.
18일 정상들의 업무만찬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과연 유로존이 존속되겠느냐. 각국이 독립적인 중앙은행을 갖지 않고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은 순식간에 100년 전으로 돌아가 세계대전도 일으킬 수 있는 대륙이다. 유럽은 돌아갈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남유럽이 게으르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국민은 모두 오전 7시에 출근한다. 왜 그런 편견을 갖는지 모르겠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던졌다.
3선에 성공해 크렘린에 복귀한지 처음으로 G20에 참석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을 항해 “유럽 집행위의 접근법에 감명했다”고 칭찬했다. 그러고는 “하지만 우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 데다 그들이 처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뼈 있는 지적을 했다.
포클랜드섬 분쟁 당사국인 영국과 아르헨티나 정상이 벌인 치열한 신경전도 노출됐다.
캐머런 총리는 개막식 직전 유로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접근했다. 약간의 대화가 진행되자 캐머런 총리는 포클랜드섬으로 화제를 바꿔 “주민들 의사를 존중, 그들의 결정에 맡기자”고 제안했다.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이에 포클랜드를 둘러싼 양국 간 대화를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이 담긴 봉투를 불쑥 꺼냈다. 그러나 캐머런은 이를 외면하고 자리를 떴다.
어색한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회담에서는 ‘보디랭귀지’가 화제가 됐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부보좌관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푸틴은 원래 그런 스타일이므로 그의 굳은 표정을 과도하게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그러고는 이번이 우리가 러시아인들과의 첫 번째 ‘보디랭귀지 게이트’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푸틴이 나쁜 회담이라고 느끼면 기자들에게 상세히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