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왕위계승 왕세제 살만 임명

입력 2012-06-19 18:48

사우디아라비아의 새 왕세제에 현 국방장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76) 왕자가 임명됐다.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89) 사우디 국왕은 18일(현지시간) 고(故) 나이프 빈 압둘아지즈 왕세제의 후임으로 살만을 ‘왕세제 겸 부총리’로 임명했다고 사우디 국영TV가 보도했다.

살만 왕세제는 국방장관 직도 계속 맡게 된다. 1962년부터 리야드 주지사를 역임한 살만 왕세제는 지난해 11월 5일부터 국방장관을 맡아왔다.

아버지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의 외모를 형제 중 가장 많이 닮았다는 얘기를 듣는 그는 알 사우드 왕가의 왕자 간 분쟁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재자 또는 ‘군기반장’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는 후문이다.

그는 보수적이면서도 실용주의적인 성향으로 압둘라 국왕의 온건한 사회·경제 개혁 정책을 계승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물론 다른 수니파 무슬림 국가와의 동맹 관계에도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월에는 리야드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만나 양국 국방부 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살만의 왕세제 임명으로 사우디에서 ‘수다이리 세븐(7형제)’의 막강한 파워가 다시 한번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다이리 세븐’은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의 부인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핫사 알 수다이리 왕비가 낳은 일곱 아들을 가리킨다. 82년부터 2005년까지 재위한 장남 파드 전 국왕에 이어 둘째인 술탄과 넷째인 나이프가 현 압둘라(89) 국왕의 재위 하에 왕세제의 자리까지 올랐다가 사망했다. 살만 왕세제까지 포함하면 7형제 가운데 왕 또는 왕세제를 4명이나 배출한 셈이다.

30여명에 달하는 이븐 사우드 초대 국왕의 아들 가운데 ‘수다이리 세븐’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게 된 것은 칼리드 전 국왕(1975∼82년 재위)의 즉위에 이들 7형제가 힘을 실어준 게 계기가 됐다. 결국 칼리드 국왕 시절 장남 파드가 왕세제로 임명되는 등 형제들이 주요 요직을 차지했고, 큰형 파드의 23년 재임기간 동안 동생들이 자리를 탄탄히 다진 결과 이복형인 현 압둘라 국왕의 재위기간에도 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