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집트 군부, 권력 이양하라”… 군부서 대통령 권한 축소 임시헌법 공포에 압박
입력 2012-06-19 18:48
미국이 이집트 군부에 대해 민간에 권력을 이양하지 않으면 지원 중단 등 강력한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집트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대선에서 무슬림 형제단의 모하메드 모르시(61) 후보가 군부의 지원을 받은 아흐메드 샤피크(71) 전 총리를 물리치고 승리한 것으로 알려지자, 군부가 군통수권 박탈 등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임시 헌법을 공포했기 때문이다.
이집트 최대 이슬람 조직인 무슬림 형제단은 19일(현지시간) 수도 카이로에서 군부에 맞서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집트 정국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미국, 이집트 군부에 권력 이양 촉구=빅토리아 눌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이집트 군부가 이른 시일 안에 권한을 이양하지 않으면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의 대(對) 이집트 군사·경제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눌런드 대변인은 “이집트로서는 지금이 중요한 시기로 전 세계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면서 “미국은 특히 군부의 장기 집권 기도로 보이는 결정을 우려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조지 리틀 미 국방부 대변인도 군부의 결정에 우려를 표시하면서 “미국은 선거를 통해 탄생한 민간 정부에 군부가 권력을 이양하고 이집트 국민의 보편적인 권리와 법치를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집트 군부는 이달 말까지 새로 선출될 민간 정부에 권력을 양도하겠다고 밝혔지만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기류를 반영하듯 눌런드 대변인은 이집트 군부가 포괄적인 헌법 제정 과정, 민주적으로 선출된 국회와 민간 정부로의 빠른 권력 이양 등을 보장함으로써 “이집트 국민과 국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평화협상 폐기될까 불안한 이스라엘=이스라엘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1979년 아랍 국가와 처음으로 맺은 이집트와의 평화 협정이 수정되거나 최악의 경우 폐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슬람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는 18일 이집트에 이스라엘과 평화협정을 파기하라고 촉구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알자와히리의 이번 발언은 무슬림 형제단의 후보 모르시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스라엘은 또 이집트와 국경이 맞닿은 시나이 반도에 치안이 악화돼 알카에다와 지하드 이슬람 등이 국경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을 상대로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은 점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이집트-이스라엘 국경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이 보안 철책 공사 중이던 인부를 공격해 아랍계 이스라엘인 1명이 사망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