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승부… 오바마·롬니 지지율 46대 46

입력 2012-06-19 18:19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냐,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승리냐.

오는 11월 6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이길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매우 어렵다. 지난 5일 미국 워싱턴DC 아메리칸 대학에서 만난 리처드 베네딕토(70·사진) 교수는 “이번 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박빙의 선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일간지 USA투데이의 공동설립자인 베네딕토 교수는 40년간 백악관 출입 등 정치담당 기자로 활동하다가 2006년부터 이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가 내민 최근 갤럽 여론조사 결과는 46대 46. 오바마와 롬니의 지지율은 정확하게 똑같았다. 이 지지율은 지난 4월 이후 거의 변화가 없다. 민주·공화 양당이 대대적인 선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유권자들의 큰 관심을 못 끌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대선 첫 TV 토론이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8년 대선 토론을 진행했고, 이번에도 토론 진행자로 유력한 CBS 유명 앵커 밥 시퍼(75)도 “이번 대선은 1%포인트 정도 차이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초박빙 선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성·젊은층·식자층이 오바마 지지=전통적으로 여성이 민주당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도 여성은 오바마를, 남성은 롬니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았다. 나이가 어릴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오바마를 찍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인종별로 보면 2008년과 비교해 오바마에 대한 백인과 흑인의 지지가 줄었다. 2008년에는 흑인의 지지율이 92%가 넘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87%에 그쳤다. 베네딕토 교수는 오바마가 재선하려면 백인의 지지율은 42%, 흑인은 92%까지 끌어올려야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많은 이들이 오바마가 흑인이라 백인 표를 못 얻는다고 말하지만 역사적으로 민주당이 백인 다수의 표를 얻지 못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번 대선의 핵심은 경제=베네딕토 교수는 “이번 대선의 가장 큰 이슈는 경제다. 오바마가 당선된 후 경제 회복을 약속했고 지지층이 그것을 믿었는데 그만큼 되지 않았다. 원인이 무엇이든 경제가 나쁘면 국민들은 대통령의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재선에 실패한 미국 대통령으로는 지미 카터와 조지 HW 부시가 있다. 모두 경기 불황으로 물러났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 임무를 잘 이행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조지 부시는 37%, 카터는 38%의 지지를 받았다. 반면 오바마의 지지율은 46%이니 그때에 비해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바마는 국민들에게 경제 문제에 해결책을 갖고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오바마는 미디어 전략의 고수=오바마는 현직 대통령이라는 이점을 충분히 살려 전통적인 미디어나 새로운 미디어 모두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 미국 경제 상황이 지미 카터와 조지 HW 부시 때보다 더 어렵다. 그런데도 오바마의 지지율이 전 대통령들에 비해 높다. 그 이유는 그가 미디어 전략에서 성공했기 때문이다.

베네딕토 교수는 “오바마는 항상 언론에 노출돼 비전을 제시한다. 뭔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젊고 에너지가 있다. 롬니가 그동안 오바마에 대해 부정적 캠페인을 많이 했는데 둘의 지지율이 비슷한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예로 들면, 오바마는 취임 후 지금까지 아프간전에 대해 딱 3번만 직접 얘기했다. 이에 대해 이야기 할 내용이 있으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나 조 바이든 부통령 등 다른 사람을 시킨다. 자신의 표를 의식해서다.

동성애 지지 입장 발언 역시 정치적 계산의 결과다. 오바마가 지지율을 높여야 할 대상인 젊은층과 여성, 백인들이 대체로 동성애에 대해 찬성하기 때문이다.

◇만만치 않은 롬니의 저력=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여러 후보들이 서로 헐뜯고 치열하게 대결했는데 롬니가 그것을 딛고 이겼다. 오바마도 롬니를 반대하는 광고를 실었을 정도로 그를 경계했다. 베네딕토 교수는 “내가 만약 오바마라면 이 상황이 두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롬니는 2008년 오바마의 상대였던 존 매케인 후보와는 다르다. 그는 말도 잘하고 토론회에서 큰 실수를 하지 않는다. 비방에도 신경 안 쓰고, 맞아 쓰러져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는 뚝심이 있다. 매케인은 비방을 당하면 화난 게 바로 얼굴에 표현됐다. ‘쿨(cool)’함이 없었다. 대선 토론에서 오바마를 한층 젊고 힘 있게 보이도록 만들었다.

지금 롬니에게 남은 중요한 일은 부통령 지명이다. 부통령이 선거를 도와주지는 못해도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부통령에 논쟁이 될 사람을 지명하면 한동안 그 사람만 부각되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고 베네딕토 교수는 조언했다.

워싱턴=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